미국 스마트폰 공룡 애플이 시가총액 2조달러(약 2371조원)를 눈앞에 두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1조9003억달러다. 2조달러까지 약 5% 상승만을 남겨둔 셈.
애플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도 월가 전망치를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애플 주가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51.35%에 이르고, 1년 전에 비해서는 2배 넘게 뛰었다.
여기에 더해 애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 역시 ESG 투자 붐과 맞물려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니혼게이자이의 분석도 나왔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ESG 투자란 이 세 가지를 기준 삼아 높은 점수를 받는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화석 에너지 관련 기업은 낮은 점수를 받고 친환경 관련 기업은 높은 점수를 받는 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ESG 투자가 월가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한 가운데 ESG 자금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애플을 향하고 있다고 10일 전했다.
애플은 이미 자사 소비전력을 전부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공급업체에 대해서도 같은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2030년까지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공급망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 탈탄소 계획을 밝힌 건 애플이 처음이다.
ESG 투자금은 애플을 향했고 그 결과 지난달 말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기업에 등극했다. 특히 이 타이틀을 애플에 내어준 게 ESG 평가에서 열세에 있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라는 점은 상징적이라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애플 주식으로 흘러온 돈 중 일부는 아람코를 매도한 돈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미국의 환경정책 방향이 급변하면서 ESG 투자가 확실한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정권교체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지구 온난화 대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지지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년 동안 2조달러에 달하는 대대적인 친환경 투자를 약속했다. 2035년까지 미국 발전 분야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도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IT 공룡들은 ESG 친화적인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줄이고, 10억 달러를 기후혁신기금으로 배정해 탄소 배출을 감축을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알파벳은 지난 3일 57억5000만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성장 채권을 발행해 재생에너지 투자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흑인 커뮤니티 지원에 쓰기로 했다.
결국 ESG 자금은 이런 기업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미국 대표 5대 IT 공룡(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MS)이 나스닥 시가총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진 데에는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 모닝스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ESG 펀드로 457억 달러가 유입돼, 1년치 유입액을 한 분기 만에 두 배 넘게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