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김 한 장에 달걀이 하나’란 속담, 과학적 근거 제시

2020-08-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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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위(胃) 건강에 이로운 것은 비타민 U 풍부.. <한국김산업연합회>

고흥생김 한해 100만t 전국 80% 점유.. 미국, 한국산 김 수출국 1위 부상

[김양식 모습]

‘김 한 장에 달걀이 하나’란 속담의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고혈압·당뇨병 환자용 김밥도 ‘김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됐다.

한국김산업연합회 주최로 최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 소비촉진과 홍보를 위한 전문가 워크숍’에서 이영은 대한영양사협회장(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마른 김 100g 기준 단백질 함량이 36g으로, 다른 해조류(10g 내외)에 비해 월등 높다”며 “마른 김 5장(10g)엔 달걀 한 개 분량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속담에서 김을 달걀에 견준 것은 둘 다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우리 조상이 생활 속에서 알아차렸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엔 다양한 비타민이 넉넉하게 들어 있다. 우리 조상은 푸른 채소가 부족했던 겨울에 김을 비타민 공급원으로 이용했다.

이 회장은 “김엔 특히 면역력을 높여주고 ‘눈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돼 시력 보호·야맹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정월 대보름 절식인 복쌈은 눈이 밝아지고 명(命)을 길게 한다 하여 명쌈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선조가 김에 눈에 유익한 비타민 A가 풍부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았다는 증거다.

김엔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항산화 비타민으로 잘 알려진 비타민 C도 풍부하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청해태(김)는 위장의 기(氣)를 강하게 하며 위장이 아래로 처지는 것을 막는다”며 위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워크숍에선 김이 위(胃) 건강에 이로운 과학적 근거도 제시됐다. 이 회장은 “김에 비타민 U란 항(抗)궤양성 물질이 양배추의 70배나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갑상선호르몬의 원료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며, 갑상선 장애를 예방하는 요오드가 풍부한 것도 김의 장점으로 거론됐다.

다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어패류·해조류 섭취가 많은 한국인은 요오드를 과다 섭취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갑상선기능저하증·갑상선염 등이 있는 사람은 요오드가 많이 든 해조류의 섭취를 삼가거나 대폭 줄여야 한다.

김양식.[사진=한국김산업연합회 홈페이지 캡쳐]

정경섭 한국김산업연합회 원장은 “김엔 단백질·비타민·미네랄 등 소중한 영양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노화의 주범’으로 통하는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도 듬뿍 들어 있다”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혈압 감소·콜레스테롤 체외 배출·비만 예방 등 각종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이바지하는 해조류이므로 평소 반찬으로 즐겨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김을 재료로 해서 만든 대표적인 음식이 김밥이다. 김밥은 최근 1인 가구·혼밥족이 늘어나면서 요즘 소비가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의 서비스업 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의 김밥 전문점과 김밥을 파는 분식집은 4만3212곳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우리 국민이 하루에 김밥값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100억원이나 된다.

살균과 적당한 간을 부여하는 소금(천일염)과 맛있는 향을 담당하는 참기름은 김밥의 주역이다. 소금을 사용하다 보니 김밥의 나트륨 함량이 다소 높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워크숍에서 이 회장은 “최근 전북대병원 박영민 임상영양사가 당뇨병·고혈압 환자나 이의 예방을 원하는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맞춤형 치료식 김밥을 개발했다”고 했다.

김밥 속 재료의 배합비율, 밥의 곡류 종류 등을 바꿔 고혈압 환자용 김밥은 478㎎, 신부전 환자용 김밥은 543㎎까지 나트륨 함량이 낮아졌다. 당뇨병 환자용 김밥은 채소의 아삭함과 담백한 맛을 이용해 1줄 열량을 455㎉로 낮췄다. 혈당을 올리는 당분 함량은 2g에 불과하다.

겨우내 생산된 생김이 위판되고 있다. [사진=전남 고흥군 제공]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산 김은 중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미김 형태의 김을 어린이·젊은 층이 스낵으로 선호하고 있다. 김밥과 초밥용 김은 한류 영향으로 주로 한국식 김밥 만들기 위해 구매한다.

태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김의 97%가 마른김이다. 태국에서 제조되는 스낵김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한국산 김의 올해 김 수출 실적은 미국·일본에 이어 중국·태국·대만 순이다.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의 김은 92%가 조미김 형태다. 나머지 8%만 마른김이 차지한다.

박태균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김 수출액에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박 겸임교수는 “미국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문화가 아니므로 밥과 함께 김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비스킷처럼 스낵류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한국산 김이 전체 김 수입의 약 82%를 차지하는 일본에선 김을 술안주와 밥과 함께 섭취하는 문화가 확산 추세”라고 했다. 이어 “태국은 수입한 한국산 마른김을 김스낵으로 가공한 뒤 수출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20년산 전남 고흥 생(生)김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4월 중순까지 5개월간 99만800여t, 금액으로는 932억원을 위판해 생산량과 생산금액 면에서 전국 1위에 올랐다. 생김(물김) 시장 점유율도 8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마른김의 약 50% 생산(연간 120억∼130억장 규모)하고 있다. 전 세계의 연간 마른김 생산량은 250억장인데 한국(124억장, 49%), 일본(83억장 33%), 중국(44억장, 18%) 등 동북아 3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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