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토종'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웨이브를 중심으로 연합을 모색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상대로는 원스토어가 더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업계엔 토종과 해외라는 이분법적 접근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SK텔레콤이 향후 자회사의 성공적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는 동정도 나온다.
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주문했다. 원스토어는 지난 2016년 6월 이통3사와 네이버 앱마켓이 통합해 출범됐다. 현재 SK텔레콤(최대주주)과 네이버가 각각 52.7%, 2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약 20%는 사모펀드 몫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원스토어를 키우라'는 특명이 떨어졌다"며 "우선 구글 플레이보다 낮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게임 앱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스토어는 2018년 7월 모바일 앱마켓의 불문율로 통하던 수수료 30%를 20%로 낮추고, 개발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수수료를 5%만 부과해왔다.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올 2분기 원스토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상반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관계자는 "현 수수료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며 "토종 앱마켓으로서 상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웨이브도 SK텔레콤이 사수해야 할 토종 서비스 확산의 전초기지다. 국내 사업자들끼리 힘을 합쳐 넷플릭스를 넘어서야 한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LG유플러스에 이어 KT가 넷플릭스와 협업하고, CJ ENM-JTBC의 합작법인 '티빙'은 웨이브와 함께 할 생각이 크게 없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의 외침은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토종과 해외를 나누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며 "지금은 콘텐츠 경쟁력에 더욱 신경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진출 일정이 불분명한 또 다른 OTT 공룡인 '디즈니플러스'라는 변수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사업자 간 연합 이후 디즈니플러스까지 제휴하면 시너지가 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대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박정호 사장이 SK브로드밴드, 11번가, 원스토어, 웨이브와 같은 자회사를 내년부터 상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주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며 업계 생태계를 주도하려고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코로나19 여파로 내년 이후로 미뤄진 자회사 상장 성과가 박 사장에게는 더없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