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령 해제 후 고속 반등하던 미국 경제에 제동이 걸렸다는 신호가 공식 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지면서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의 고속 회복을 기대하며 랠리를 이어가던 미국 증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7월 18일까지 한 주 동안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141만6000명(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직전주보다 10만9000명 늘어난 수치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각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제한적인 경제 봉쇄령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뉴욕 존제이대학의 마이클 홀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경제 활동 재개가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많은 주에서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현재 수준에서 떨어지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지원이 이달 말에 끊길 예정이라 앞으로 실업대란이 다시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3월 말에는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약 687만 명에 달한 적도 있다.
미국 의회가 추가 재정부양책 논의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지원 대상 등 세부 내용을 둘러싸고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논의 상황을 볼 때 세부사항 합의가 8월 첫째주까지 나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봤다.
또 추가 부양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 한 완전한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다. 믿을 만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다면 경제는 고르고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며 최악의 경우 장기 불황의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질 위험도 있다.
CNN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30일 발표될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34%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에는 연율 -5%를 기록했었다.
S&P글로벌이코노믹스는 이날 실업지표를 두고 "3분기 성장률이 연율 22.2%까지 고속 반등할 것이라는 우리의 전망을 약화시키는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내년까지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한다는 것이지만,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을 감안할 때 코로나19발 침체가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V자 반등 기대감에 찬물을 뿌리는 경제 지표에 뉴욕증시도 상승 흐름을 멈췄다. 간밤 다우지수가 1.31% 떨어졌고, S&P500지수는 1.23% 내렸다. 나스닥지수 낙폭은 2.29%에 달했다.
이미 뉴욕증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국의 천문학적인 부양책과 경제 회복 기대감에 랠리를 펼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황. 더블딥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랠리가 정당하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나스닥100을 구성하는 기술주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년 만의 최고치를 찍으면서 닷컴 버블을 재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