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라운지] 정용진 SNS 보면 '이마트 미래' 보인다

2020-07-2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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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챙기는 사업, 인스타그램 관심사와 직결

그랜드 조선 부산 오픈 전 롯데 시그니엘 부산 방문

이마트 리뉴얼 점포 강릉점·월계점 '현장 경영'

 

[아주경제 그래픽팀]

재벌 총수의 발걸음은 기업의 사업 방향을 결정한다. 그들의 휴가부터 식사까지 모든 행보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런 사람들의 관심사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재벌 총수들이 대부분 구설수에 오를까 '은둔의 경영'을 펼치는 데 반해 정 부회장은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발하게 운영하며, #정용진 해시태그를 팔로하고 자신에 대한 대중의 반응까지 살핀다.  

그런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이 최근 들어 더욱 들썩이고 있다. 잇따라 자신의 구체적 행보를 게시하고, 직접 댓글에 답글을 다는 '댓글 소통'까지 시작하면서다. 리뉴얼한 이마트 매장에 들러 쇼핑하는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동네 맛집 기행' 콘텐츠를 올리거나 이례적으로 경쟁사 방문 사진을 올리며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게시글은 정 부회장의 최근 관심사를 뜻하고, 이는 곧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관심사를 사업으로 들여와 성공한 전례가 여러차례 있다. 미국 유학 시절 즐기던 '스타벅스'를 1999년 들여와 그룹의 알짜 합작 계열사로 키웠다. 수제맥주전문점 '데블스도어' 탄생 배경도 맥주 애호가인 정 부회장의 관심사에서 출발했다. 이외에도 미식가인 정 부회장이 숨은 맛집을 발굴한 후 이마트의 자체상표 식품으로 개발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롯데 시그니엘 부산 방문···직접 챙기는 호텔 사업
정 부회장은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바다를 배경으로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자신의 모습을 올렸다. 게시글에는 "대사를 집어넣기가 좀"이라는 대사를 붙였다. 이곳은 지난달 17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소개한 롯데호텔의 최고급 브랜드 시그니엘 부산이다. 정 부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객실과 호텔 내 부대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후인 22일 이마트가 지분 99.9%를 갖고 있는 신세계조선호텔은 다음 달 25일 해운대에 '그랜드 조선 부산'을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시그니엘 부산과 지리적으로 약 3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초밀접 경쟁상대다.

호텔 사업은 정 부회장이 직접 경쟁사에 묵으며 챙겼을 만큼 이마트의 핵심 미래 먹거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신세계 그룹 최정예 리더십 중 하나로 꼽히는 한채양 부사장을 전략실 관리총괄에서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자리로 발령한 것도 호텔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업계 도산이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신세계조선호텔은 잇따라 특급 호텔을 오픈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서울 강남 메리어트 그룹과 손잡고 특급 호텔 오픈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이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면세·백화점·마트·식음료 등 신세계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월계점·강릉점 현장 경영···리뉴얼 효과 대박
정 부회장은 지난 18일 "오늘 이마트 강릉점에서 쇼핑했음"이라는 피드(feed)를 게시했다. 당초 '이마트에서 쇼핑 중. 어디인지는 안 알려 드림'이라며 여러 단서를 담은 사진을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은 후 점포명을 뒤늦게 공개했다. 강원도 강릉점은 서울 월계점, 전남 순천점과 함께 최근 이마트가 밀고 있는 '미래형 점포'로 전면 리뉴얼한 매장이다.

대형마트 업계가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견디는 것과 달리 정 부회장은 '그로서리'와 '체험형 매장'을 내세운 리뉴얼 매장을 위기돌파구로 제시했다. 이마트는 연초 올해 총 투자의 30%에 해당하는 2600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하고 140개 점포 중 30%를 리뉴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실험은 일단은 성공적이다. 이마트 월계점의 과일·채소·축산·수산 등 신선식품 매출은 오픈 한 달 동안 모두 40% 이상 신장했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대로 손질해 주는 오더메이드 서비스를 도입한 축산과 수산 매출 신장률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점도 가장 공 들인 그로서리 매장에서 축산 56%, 델리 36%, 채소30% 순으로 매출이 늘었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맛집과 손잡은 가정간편식 피코크
정 부회장은 피코크와 노브랜드 제품을 수시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최근에는 피코크 '어메이징 즉석 떡볶이' 사진을 설명과 함께 올렸다. 

이마트는 코로나19 이후 밀키트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자 3개로 나뉘어 있던 자사 밀키트 브랜드를 '피코크'로 통합 출시했다. 특히, 유명맛집과 손잡고 밀키트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정에서 완성도 높은 외식 메뉴를 집밥처럼 즐길 수 있는 '밀키트'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올해 1~5월 밀키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성장세가 3%인 점을 감안하면 밀키트 매출 신장세는 폭발적이다. 이마트는 밀키트 매출이 올해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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