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하이난성 세관 당국의 집계 결과, 7월1일부터 15일까지 하이난 방문 관광객 면세품 매출은 10억7000위안(약 1832억원)에 달했다. 1인당 소비금액은 약 5300위안(약 90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품목별로는 화장품이 구매 수량(81%), 금액(51%) 기준 모두 50% 이상 차지하며 압도적인 수요를 보였다.
여기에는 7월부터 하이난 방문 여행객 1명당 연간 면세 쇼핑 한도를 10만위안(약 1720만원)으로 확대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기존 1인당 3만위안 보다 한도가 세 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면세 물품도 기존 38종에서 45종으로 늘어 휴대전화, 태블릿PC, 술, 차 등이 새로 적용됐다.
세계 1위 명성 빼앗기나…4위까지 치고 올라온 CDFG
면세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 면세점이 세계 면세 순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올 하반기 중국인 여행객의 해외 소비의 상당 부분을 자국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8년 중국인이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은 2770억달러(약 333조원)에 달해 미국인과 독일인의 해외 소비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무디데이빗리포트가 이달 발표한 세계 면세점 순위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인 차이나듀티프리그룹(CDFG)은 지난해 매출 60억6500만유로(8조3526억원)를 기록해 세계 4위를 꿰찼다. 2017년 8위였지만, 단 1년 만에 3위인 신라면세점과 격차를 좁혔다. 매출 기준 세계 면세점 순위는 1위 듀프리에 이어 2위 롯데, 3위 신라, 9위 신세계 등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집계된 5월 국내 면세점 총 매출은 1조179억원이다. 그나마 4월 말 3자 국외 반송이 허용되고, 구매 수량 제한 폐지로 객단가가 높아지면서 지난 4월(9867억3909만원) 대비 3.2% 소폭 늘어난 수치다. 중국 도매법인으로 등록된 중국 보따리상(代工·다이궁)은 3자 국외 반송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지 않아도 원하는 면세품을 현지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잘 나갈 때 했던 규제를 왜 지금도?" 한목소리
국내 면세업계는 일단 3자 국외 반송으로 간신히 버텨본다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면세업계는 과거 잘나가던 시절 시행했던 규제 정책을 현 시점에 맞게 조정하는 등 더 늦기 전에 유연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면세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과도한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꼽았다. 현행 면세점 특허수수료는 매출 구간별 누진적으로 차등부과되고 있다. 면세사업자는 매출 구간별 최대 1%를 특허수수료로 납부해야 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까다로운 특허갱신 조건 역시 완화해야 할 규제로 꼽힌다. 특허 갱신을 받기 위해서는 그간의 이행내역과 향후계획 등 2개 항목(각각 1000점 만점)에서 각 6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심사 통과를 위해 각 면세점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되며, 현 시점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 주 전 세계 단일매장 매출 1위 롯데면세점 명동본점과 국내 최초 설립된 시내 면세점 동화면세점의 특허 갱신 심사가 이뤄진다.
외국인이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주문할 수 있는 '역직구'와 1인당 600달러인 면세 한도를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미리 당겨 쓰는 '한시적 면세 한도 가불제', 현행 600달러인 '면세한도 상향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1위 규모를 유지하려면 우리 면세점이 중국 면세점 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하이난의 소비력이 막강해지면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이 들어오는 건 시간 문제다. 현 시점에선 규제와 싸울 시간에 MD와 마케팅 역량에 힘을 쏟을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