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윤진수 KB금융 데이터총괄 "마이데이터 시대, 고객 신뢰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

2020-07-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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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빅테크 공룡들

판매에 급급, 소비자 선택 제한될 우려

고객 몫까지 챙기는 곳 금융사가 유일

"금융사와 소비자 관계에서 '제판 분리'(제조사와 판매사가 분리되는 현상)가 가속화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고객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곳은 제조사인 금융사예요. 여기에 금융사의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죠."

윤진수 KB금융그룹 데이터총괄(CDO)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Bigtech)' 기업이 몰려드는 현 금융시장에서 기존 금융사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가 바라보는 금융사의 미래는 기회보다 위기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금융사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하는 역할이 결국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윤 총괄은 삼성전자에서 빅데이터센터장을 지낸 국내 최고 데이터 전문가다. KB금융은 지난해 초 윤 총괄을 영입했다. 윤 총괄을 최근 만나 그가 바라본 은행의 현 위치와 미래를 물어봤다.
 

윤진수 KB금융그룹 데이터총괄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별관 윤 총괄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금융그룹]

 
빅테크 영향력 커지는 금융업...제판분리 가속화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는 단연 '마이 데이터(My-Data)'다. 마이 데이터는 고객 입장에서 '내(My) 금융정보(Data)는 금융사 것이 아니라 내 것'이라는 패러다임이 근간이다. 즉, 고객이 동의만 하면 대출 등 은행 거래 정보를 다른 회사가 가져다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마이 데이터 사업의 핵심이다.

고객은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금융사로선 위기다. 금융사의 큰 경쟁력이었던 금융정보에 대한 독점권이 사라지게 되면서다. 특히 빅테크 기업이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사 지위는 후퇴가 불가피하다. 윤 총괄은 이러한 금융권 흐름을 두고 "제판분리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간 금융시장은 제조사와 판매채널(판매사)이 일치했어요. 오직 금융사만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고, 판매할 수 있었죠. 하지만 금융상품 판매망이 두 갈래(제조사-판매사)로 나뉘기 시작한지 오래예요. 앞으로 이 흐름은 가속화될 겁니다."

문제는 제조사(금융사)가 판매사(빅테크)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플랫폼 영향력이 곧 '힘'이 되는 시대에 금융사는 금융상품을 만드는 외주 업체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다. 판매사에 유리한 상품이 더 많이 홍보되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 금융상품이 복잡 다양해지는 추세지만, 판매사 입장에서 더 높은 광고비나 수수료를 낸 금융사 상품이 소비자에게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본인에게 딱 맞는 금융상품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상품은 제조·판매사 수익이 아니라 고객 수익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일반적인 제조상품과 달리 금융상품은 은행뿐 아니라 고객 수익 증대를 목적으로 두고 판매해야 한다는 의미죠. 그런데 완전한 제판 분리가 됐다고 가정하면, 판매사(빅테크)가 고객수익 관점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할까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고객수익까지 챙기는 곳은 사실상 금융사가 유일하죠."
 
금산분리 깨지고 있다...네이버 다음은 아마존
금융사가 빅테크와 경쟁하기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윤 총괄은 꼬집었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 빅테크는 금융사 정보를 활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금융사는 빅테크가 보유한 고객의 비금융 정보를 열람조차 할 수 없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는 이미 검색·지불·쇼핑·지도·교통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대부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만큼 고객 정보가 넘쳐난다는 겁니다. 오직 금융정보만 없죠. 기존에 보유한 고객 정보에 해당 고객의 금융정보를 합할 때 창출되는 부가서비스는 말로 다하지 못할 겁니다. 금융사가 정상적인 경쟁이 힘들다는 것이죠."

윤 총괄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을 '금산분리' 시각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만들지 못하도록 금산분리 제도를 뒀지만, 최근의 여러 제도·기술적 변화로 금산분리 원칙으로 분리된 시장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최근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금융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면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식으로 보자면 구글과 아마존 역할을 하는 기업이 JP모건 기능까지 하겠다는 겁니다."

윤 총괄은 국내 빅테크 기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다음은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도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줬다는 의미다.
 

윤진수 KB금융그룹 데이터총괄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별관 윤 총괄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금융그룹]

 
은행 최대 경쟁력은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
금융시장에서 금융사 경쟁력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 윤 총괄은 "금융 상품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금융사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언택트(비대면) 시대지만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영업점을 보유한 점도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이데이터 시대에 소외될 수 있는 계층까지 수용하고 이들에게도 최적의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역할은 금융사만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시장 근간이 되는 고객 신뢰 역시 쌓을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데이터가 있다고 윤 총괄은 강조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선보인 'KB ALBERT(알버트)'는 그가 데이터총괄로 부임하고 세운 큰 성과 중 하나다. KB알버트는 어려운 금융 언어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다.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고객은 복잡한 보험약관에서 핵심 내용만 추릴 수 있다. 은행은 콜센터 상담 내역을 분석하고, 고객 의견(VoC)을 자동 분류할 수 있다. 이렇게 재가공한 데이터는 또 다른 자산이 된다.

그간 금융사들도 데이터 관련 사업은 여러 솔루션 회사와 협력해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것은 "금융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금융사가 금융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보유해야 한다"는 윤 총괄의 생각 때문이었다.

현재 알버트는 단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 학습 모델로 발돋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주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기계 독해 경진대회인 'SQuAD2.0'에서 1위를 비롯한 상위권 모델들이 알버트를 활용했다.
 
"KB 지향점은 '데이터 드리븐 뱅크'"
윤 총괄은 삼성전자가 2014년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할 때 초대 센터장을 지냈다. 당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의 데이터 전략은 무엇일까', '데이터 조직이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다. 당시 갤럭시 노트5 출시를 앞두고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군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후 생산 과정에서 불량을 찾는 제조 분석으로까지 나아갔다.

그런 그가 지난해 4월 KB금융에 몸을 담그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의 데이터 성숙도를 조사하는 작업이었다. KB의 데이터 지향점을 찾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 수준과 인프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데이터 관점에서 은행을 크게 3가지로 분류했다. 작은 의사결정에도 데이터 사용이 일상화된 '데이터 드리븐(driven) 뱅크', 주기적인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시장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벨류애드(value-add) 뱅크', 데이터 활용 능력이 초보 단계인 '데이터 모니터링(monitoring) 뱅크' 등이다. 국민은행이 받아든 결과는 '데이터 모니터링 뱅크'였다.

"대부분 국내 은행이 이 부분(데이터 모니터링 뱅크)에 속합니다. 데이터 벨류애드 뱅크로는 씨티(CiTi)와 DBS가 있고요. 데이터 드리븐뱅크는 캐피탈원(Capital One)이나 BBVA 정도인데, 이들 회사도 데이터 드리븐뱅크 수준에 진입하는 단계예요. 현재 국민은행은 데이터 모니터링 뱅크 수준이지만, 벨류애드 수준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나아갈 방향은 단연 드리븐 뱅크가 되는 것이죠."

이를 위해 그는 '데이터-플랫폼-서비스' 경쟁력을 한데 모으고 키워 시너지를 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데이터 및 외부 데이터의 결합을 통한 데이터 경쟁력, 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플랫폼 경쟁력, 현업부서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경쟁력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 은행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봐요. 특히 데이터 경쟁력은 복잡하고 예민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역량을 가진 사람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어서, 인재를 뽑고 내부 인력을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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