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피해자 A씨에 대한 2차 가해 역시 빈번히 자행됐다.
지난 8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언론과 방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A씨를 향한 날 선 말이 빗발쳤다.
A씨 측 변호인은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법 앞에서 피해를 호소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피해자에게 당신들이 던지는 말은 흉기"라고 지적했다. 최근 피해자에게 향하는 2차 가해성 발언을 거세게 비판한 셈이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박지희 아나운서가 TBS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피해자가) 4년 동안 대체 뭐 하다가 이제 와서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거나 박 전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준병 의원은 A씨의 의혹 제기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의사를 시사하는 등 2차 가해가 심심치 않게 이뤄졌다.
온라인 상에서는 A씨에 대한 이른바 '신상털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성 폭력 피해 지원과 관련해 업무를 수행하는 여가부 역시 2차 가해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여가부는 지난 14일 처음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 A씨에 대해 '고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황윤정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고소인이라는 표현은 중립적이어서 쓸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여가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피해자로 본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2차 가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미래통합당 울산시당 여성위원회와 여성정책자문단은 이날 "민주당과 친여인사들의 선택적 성인지감수성과 책임 회피에 분노한다"며 "2차 가해를 즉각 중단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특히 통합당 여성위는 민주당과 여권인사들을 향해 박 전 시장 의혹과 관련해 진영논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여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이 피해자 A씨에 대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규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여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2차 피해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만들 예정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차 가해 논란과 관련 "추행의 증거를 내놓으라는 사람들. 거의 모두 문재인 지지자"라며 "박원순 무조건 무죄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