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담배업계 첫 여성 CEO’. 지난 13일 선임된 김은지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 신임 사장을 지칭하는 수식어에는 한국필립모리스와 KT&G가 구축한 철옹성을 흔들어야 한다는 BAT의 고민과 해법이 녹아있다.
BAT코리아는 ‘던힐’로 2104년까지 시장 점유율 평균 16.8%을 기록하는 등 연초 시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이후 필립모리스 ‘말보로’, KT&G ‘에쎄’ 등에 고전했다, 특히 전자담배 시장에서는 1위인 필립모리스에게 한참 밀린다.
점유율 하락은 곧장 실적 부진으로 나타났다. BAT코리아는 2018년 적자(영업손실 8억원) 전환한 이후 지난해 영업손실 51억원 기록하며 흑자와 더욱 멀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3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3% 감소하는데 그쳤다.
BAT는 역시 한국법인의 수장을 바꿔가며 여러 차례 반전을 노렸다. 지난해 6월 한국을 떠난 매튜 쥬에리 전 사장(1년 9개월)은 누적 3000억개비 생산·연간 3억달러 수출 돌파와 3개년도 임금협상 타결로 이른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선 판 뒤집기에 실패했다.
뒤를 이은 김의성 전 사장 역시 글로 센스 등을 선보이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BAT코리아 첫 한국인 CEO’라는 타이틀만 남긴 채 1년 만에 고개를 숙였다.
결국 BAT는 내부 사정에 정통하면서고 역량 있는 인재를 찾아 나섰다. 그 결과가 바로 김 사장이다.
BAT는 김 사장의 성공 사례에 주목했다. 김 사장은 유니레버코리아에서 자리를 옮긴 2004년 던힐 브랜드 매니저로 시작해 시장점유율을 6년 만에 18.08%까지 키웠다. 던힐이 성장할 수수록 김 사장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전략 임원까지 오른 그는 이후 국내 영업총괄을 수행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브랜드 총괄로 임명돼 현지에서 BAT 인지도 확장에 기여했다.
2년 만에 한국으로 복귀한 그에게 사내 안팎에서 ‘첫 여성 CEO’, ‘던힐 성공신화’, ‘금녀의 벽을 깬 인물’ 등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에만 취해있기에는 BAT코리아가 처한 현실은 급박하다.
글로는 아이코스는 물론 후발주인 KT&G ‘릴’에게까지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아이코스 점유율이 올 1분기 50%대로 떨어졌지만 그 공백은 글로가 아닌 릴이 채워가고 있다.
여기에 BAT코리아 마케팅라인은 80% 할인 프로모션(글로 센스)에 이어 갑작스런 단종을 선언하는 등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고 있다. BAT코리아는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통을 넘겨받은 500억원 규모 세금 탈루 혐의 재판 전략도 구상해야 한다. 전임 사장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아냈지만 짐을 쌌다.
아울러 BAT 경영진이 언제까지 김 사장을 기다려줄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김 사장은) 차기 사장으로 꼽히던 인물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예상보다 빠른 국내 복귀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조급함이 김 사장을 올해 사장 승진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BAT 경영진의 인내심은 ‘CEO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난 5년간 CEO만 네 번 바뀐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