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언제나 기회는 공존하고, 위기를 잘 넘어서면 기회가 된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아 중소기업들은 ‘변화’로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혁신’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음식 배달주문과 ‘온라인 야채가게’
휴대전화로 유명 배달 앱을 열면 수많은 업체들이 맛깔스러운 메뉴로 소비자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눈썰미가 있는 소비자라면 과거 매장 영업 위주였던 음식점들이 코로나19 이후 대거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코로나19로 매장 수요가 위축되자 요식업체들은 온라인 배달 시장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1월 26일 온라인 배달업체 메이퇀와이마이(美團外賣)는 업계 최초로 전국 대상의 ‘비대면 배달 서비스’를 출시했다. 배달기사가 주문한 음식을 지정 장소에 놓으면 고객이 이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사람 간 대면 접촉을 줄여 감염 예방 안전성을 높였다. 허마(盒馬), 어러머(餓了麽), 메이르유셴(每日優鮮), 쑤닝샤오뎬(蘇寧小店), 징둥다오자(京東到家), 볜리펑(便利蜂) 등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새로운 배달 서비스의 등장으로 요식업계에는 모처럼 생기가 돌고 있다. 이에 제3의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 배달 서비스로 매출을 도모하기 시작하는 요식업체들이 많아졌다.
항저우(杭州)요리 체인점인 눙탕리(弄堂裏)는 일찍부터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곳 중 하나다. 이 때문인지 코로나19가 발생한 뒤에도 영업 정상화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창업자 쉬펑(徐鵬) 대표는 “3년 전부터 배달 서비스를 해왔는데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던 영업활동 재개 이후 매출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빠르게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에 눙탕리의 매출 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배달 서비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0%였는데 지금은 50~60%까지 올라왔다. 메이저우둥포의 왕 대표 역시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출의 80% 가량이 배달주문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들은 현금흐름 확보를 위해 배달 서비스 외에도 ‘야채가게 좌판’ 사업을 시작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협업해 식자재나 반제품 판매로 주문량을 늘리는 것이다. 모든 것이 멈춰섰던 요식업체들의 재고 부담을 줄이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었다. 윈난(雲南)요리 전문점 윈하이야오(雲海肴)는 가게 인근의 주택가를 대상으로 ‘임시 야채가게’를 열어 각종 야채와 과일 등 식자재를 원가에 판매한다. 쑤저우(蘇州)에 위치한 백년 전통의 쑹허러우(松鶴樓)도 ‘온라인 야채 장바구니 패키지’ 상품을 출시해 메이퇀, 어러머와 함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왕 대표는 설 이튿날부터 메이저우둥포 각 지점에 춘제 수요에 대비해 준비했던 식자재를 파는 ‘야채가게 좌판’ 사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재고 처리와 춘제 연휴 기간 주민들의 장바구니 편의를 위해 매일 500kg 정도의 일반 식자재를 판매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인근 주민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입고 수량이 매일 몇 배씩 늘어났고, 얼마 후에는 아예 ‘메이저우둥포 야채가게 앱’을 만들어 본격적인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왕 대표는 코로나19로 장을 보기 힘든 주민들이 크게 환영했고 그 덕분에 점포의 수익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요식업체+온라인 야채가게’ 방식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사례다.
메이저우둥포는 신메뉴 개발 때도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간편식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쏸라펀(酸辣粉)이나 단단몐(擔擔面), 인기 간편식을 포함해 30개가 넘는 메뉴를 새로 개발했다”고 왕 대표는 말했다.
왕 대표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중국 요식업계의 가치사슬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도래했다고 믿는다. 왕 대표는 “메이저우둥포는 앞으로 농업, 중앙식 주방(central kitchen), 중앙식 공장(central factory)과 협업해 재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 연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사전 대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중국 요식업은 앞으로 더욱 탄탄한 산업 가치사슬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헬스수업과 생방송 특강
“이 동작은 허리 부분에 힘을 줘야 몸의 곡선이 아름다워집니다.”줌바댄스 강사인 샤오룽(小蓉) 씨는 ‘현장 수강생’ 대신 ‘온라인 생방송 시청자’ 앞에서 열띤 강의를 펼쳤다.
피트니스 앱 ‘킵(Keep)’에서 근무하는 헬스 트레이너인 샤오룽은 코로나19로 피트니스 클럽이 문을 닫자 온라인 줌바댄스 강사로 나섰다.
샤오룽은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됐다. 강의 진행 속도, 콘텐츠 구성, 수강생 지도 부분 등이 오프라인 강의와 많이 달랐다. 초기에는 시청자들도 많지 않았지만, 조금씩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지고 분위기를 잘 조절할 줄도 알게 되니 점점 시청자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샤오룽 씨처럼 온라인 생방송으로 회원을 확보하는 트레이너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온라인 방송으로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 온라인 고객을 실제 방문 고객으로 유입시킬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여러 업종들이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헬스 산업의 경우 생방송이나 온라인 수업, 위챗을 통한 운동과 식이 코칭 프로그램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사용자를 불러모으고 서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생방송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헬스업체가 많다. 상하이의 단체 PT클래스 업체 ‘저스틴&줄리 피트니스(Justin&Julie Fitness)’는 1월 29일 첫 생방송 이후 고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자 전문 생방송 채널을 만들어 운영팀에서 본격적인 콘텐츠 관리를 맡고 있다.
또 다른 피트니스 업체 차오지싱싱(超級猩猩)도 비교적 일찍 생방송 수업을 도입한 곳 중 하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일 3~4교시 분량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코치들은 대부분 평범한 집을 배경으로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들을 사용해 시청자들이 간편하게 ‘홈 트레이닝’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차오지싱싱의 창업자 탸오탸오(跳跳) 씨는 온라인 생방송을 시작한 계기가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말한다. 채팅방에서 회원들이 코로나19로 밖에 나가 운동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답답해하는 것을 본 그는 일단 선전(深圳)에서 소규모로 새로운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임시 계정을 등록하고 첫 생방송을 할 당시 동시 접속자 수가 17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방송에서도 많을 때는 수백만 명이 접속하기도 했다.
차오지싱싱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자의 관점에서 생방송 수업은 장점이 많다. 아직 동작이 익숙하지 않은채 현장에서 수업을 들으면 맨 앞에 서기가 주저된다. 하지만 생방송으로는 인기 트레이너들의 수업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고, 날씨가 좋지 않아 외출이 불편하거나 수업을 듣고 싶은데 주변에 문을 연 피트니스 센터가 없을 때도 생방송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수업으로 피트니스 센터의 운영 압박도 크게 줄었다. 지난 2월 차오지싱싱이 새롭게 시도한 온라인 피트니스 캠프 유료 수업이 개강했다. 담당자는 “일주일에 두 개의 커리큘럼을 올리면 대략 50~60만 위안의 매출이 발생한다. 오프라인 수업을 열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괜찮은 실적”이라며 “온라인 수업은 실제 공간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오프라인과 똑같다. 코로나19로 센터 운영은 할 수 없지만 회원과 트레이너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의 전망도 밝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전체 피트니스 업계가 조정 단계에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나서 트레이너, 콘텐츠, 커리큘럼 등 서비스 품질에 신경을 쓰는 업체들이 많아졌다. 전반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직원공유도 新풍속
중국의 노래방 체인 ‘원사(溫莎)KTV’ 종업원인 주차오(朱超) 씨는 코로나19로 유흥업소가 영업을 못하게 되면서 매일 숙소에 머물며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직원 공유’ 시스템을 통해 오랜 ‘집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신선식품 업체 ‘허마셴셩(盒馬鮮生)’에서 마트 물류센터 상품분류 직원으로 두 번째 일을 시작했다. 그가 하는 일은 온라인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한데 모았다가 포장해 배송센터에 보내는 일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을 통해서만 주문할 수 있었던 시절에 그는 자신의 일이 “코로나19 방역에 조금은 기여하는 일”이라며 웃었다.요식업과 유흥업 등 서비스 업종이 총체적인 영업 중단에 들어가자 온라인 주문 수요가 폭증했다. 이에 따라 신선식품과 마트 등 각종 생활소비재 업종의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공유 직원’ 서비스가 등장하게 되었다.
지난 2월 3일 허마는 요식업종 유휴 인력의 수입을 해결하고 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윈하이야오, 칭녠찬팅(青年餐廳)과 협업하기로 했다. 월마트나 셩셴촨치(生鮮傳奇) 등 인력난을 겪는 대형마트에서도 임시 근무 인력들을 구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공유 직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공유 모델은 점점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물류와 제조업으로, 1선 도시에서 2·3선 도시로 확장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쑤닝물류는 얼마 전 창고 분류, 포장, 동네 배송기사, 물류배송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인력을 채용하는 ‘인재 공유 플랜’을 공개했다. 대형마트 체인 다룬파(大潤發)는 같은 대형마트인 오샹(Auchan)의 전국 500개 매장, 쑤저우 후관(滸關)물류센터와 손잡고 상품 정리, 분류, 포장 등을 담당할 인력을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PC제조사인 레노버(聯想)도 컴퓨터, 휴대전화 조립 등 부문에서 임시직을 채용한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로 업무가 정상화되지 못한 일부 중소기업의 직원 급여 지급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공유 직원’ 모델은 인력 수급 문제도 해결하고, 무엇보다 서비스업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직원들의 수입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주 씨는 “허마에서 나오는 월급 외에도 기존 회사에서 기본급과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
중난(中南)재경정법대학교 디지털경제연구원 판허린(盤和林) 집행원장은 “‘공유 직원’ 모델은 인적 자원의 유동화를 실현하고 자원 분배의 효율을 높여 사회적 생산량을 일정 수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에 처해 있는 기존 요식업과 공급 부족에 처한 신규 전자상거래 유통 플랫폼은 노동력 공유 방식을 통해 요식업·전자상거래 플랫폼·직원이라는 세 주체의 긴급한 수요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노동 유연화는 앞으로 중국의 인력 수급 구조에도 중대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위기는 늘 기회를 수반하고, 위기를 잘 넘어서면 기회가 된다. 코로나19로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어느새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가 점차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오히려 기업에 엄청난 성장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중대 변화 속에서 숨은 경쟁력을 키워 주도권을 차지할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