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1987년 이후 개원연설 안한 첫 대통령으로 기록되나

2020-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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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여야 대치에 사실상 무산 기류

이명박 정부 이후 가장 늦은 개원식 ‘오명’

연설문 수정 10여 차례…인사청문회 험로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협력 공정 시찰을 마친 뒤 나오며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답답한 국회 상황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40여일이 넘게 지났지만, 개원식 일정조차 잡지 못하며 문 대통령의 개원연설도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협상 표류가 장기화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현실적으로 (개원연설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부동산 대책 입법,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의혹, 인사청문회 등 여야 간 충돌 변수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는 당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에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와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 청장의 청문회에서는 박 시장의 의혹과 관련된 주장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개원연설을 하지 않을 경우, 1987년 개헌 이래 현직 대통령 중 개원연설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 된다. 21대 국회는 지난 12일로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늦은 개원식이란 오명을 갖게 됐다.

여태까지 가장 늦은 개원식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18대 국회 때였던 2008년 7월 11일이다.

당초 문 대통령은 개원연설문을 10여 차례 이상 수정했다. 당초 개원식이 지난달 5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동안 3일에 한 번 꼴로 연설문 내용이 바뀐 셈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5일 개원연설을 할 수 있으리라 보고 긴 연설문을 준비했다”면서 “그러나 개원식 지체 탓에 구문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도 반납하고 연설문 작성에 몰두했음에도 개원식은 또 무산됐다”면서 “이제까지 세 차례 전면 개작을 했고, 크고 작은 수정작업을 포함하면 여덟 차례나 연설문을 고쳐 썼다”고 전했다.

연설문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 극복 의지, 한국판 뉴딜 구상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연설문 내용대로 국민의 삶을 보듬는 데 주력하겠으나, 다만 심혈을 기울인 연설문은 사장될 위기”라며 “대통령이 개원을 축하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14일로 예정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이후 또다시 연설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을 두고 극단까지 대립한 끝에 더불어민주당은 18개 중 17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갔고, 미래통합당은 사실상 ‘국회 보이콧’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5일 개원식을 열고 대통령 연설 등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통합당은 개원식 없이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부의장 선출 또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직 협상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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