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유아인·박신혜 '#살아있다', 탁월한 선택과 집중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부모님이 여행으로 집을 비우던 날. 준우(유아인 분)는 평소처럼 느지막이 일어나 게임을 시작한다. 텅 빈 집이 자유롭게 느껴지던 것도 잠시,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공격한다는 이들의 소식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아파트 단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준우는 영문도 모른 채 집안에 갇힌다.

문자, 전화, 와이파이까지 끊긴 채 고립된 상황을 이어가던 준우는 식량까지 바닥나자 그야말로 '멘탈 붕괴' 상태. 두렵고, 외로운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자 삶에 대한 의지도 떨어져만 간다.

그때 준우의 집 맞은편 건물에서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 분)이 나타난다. 준우는 유빈과 의사소통을 해가며 좀비에 점령당한 아파트를 빠져나갈 계획을 세운다.

영화 '#살아있다'는 조일형 감독의 데뷔작이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네일러의 각본을 토대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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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고립된 인물의 생존기에 더 가깝다. 좀비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물들의 생존 방식과 심리 상태에 초점을 맞춰 재난 영화의 일부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평범한 청년 준우를 주인공으로 생존에 관한 공포와 의식주 해결에 관한 불안 그리고 혼자 남았다는 외로운 감정 등을 긴 시간에 걸쳐 설명해 관객이 충분히 감정 몰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제작진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현재 우리의 상황과도 다르지 않으니 준우와 유빈이 겪는 불안과 고독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한정적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펼치지만 젊은 인물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느슨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외부의 압박과 내부의 갈등 속에서도 인물들은 SNS·드론 등 최첨단 기기를 이용해 색다른 탈출을 시도한다. 이 외에도 쓸데없는 설명이나 이유를 찾지 않으려는 태도가 이야기를 속도감 있고 간결하게 만든다.

다만 영화가 가진 '젊음'에 비해 인물들이 겪는 고난이나 대처 방식 등은 클래식하다. 준우의 각성 과정과 유빈의 위기 상황, 좀비가 아닌 사람에 위협받는 에피소드 등은 이미 숱한 좀비 영화가 반복해 온 이야기다.

배우들 연기 합도 좋다. 준우 역의 배우 유아인은 꽤 믿음직하게 영화 전반을 끌고 간다. 영화 초중반까지 준우의 '원맨쇼'가 펼쳐지는데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영화 중반에야 등장하는 유빈 역의 박신혜도 이질감 없이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 화려하고 힘 있는 액션 신도 잘 소화해냈다. 24일 개봉이고 러닝타임은 97분,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