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성장영화·편견·유리천장…'야구소녀'가 던진 직구

2020-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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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개봉[사진=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해요."

수인(이주영 분)은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 멤버다. 최고 구속 134㎞, 볼 회전력이 강점인 그는 '천재 야구소녀'라 불리며 화려하게 고교 야구팀에 입단했다. 그러나 세간의 주목을 받는 건 잠시였다.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나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수인.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고교 졸업 후 프로팀에 입단해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애쓴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프로팀에 입단하는 등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만 수인은 여전히 제자리. "여자 치고 잘한다"라는 말은 수인에게 칭찬이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과 동등하게 함께하고 싶은 그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꾸준하게 연습에 매진한다. 그러나 수인의 전망은 밝지 않고 감독, 친구, 엄마까지 수인에게 "야구를 포기하라"며 다그친다.

야구부에 부임한 새로운 코치 진태(이준혁 분) 역시 수인이 마뜩잖다. 프로 입문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그는 한계를 알면서도 무작정 부딪치는 수인이 영 거슬린다. 하지만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인다. 꿈을 향해 단단히 나아가는 수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엿본다. 두 사람은 수인만의 강점을 기억해내고 프로가 되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사진=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영화 '야구소녀'는 한국영화아카데미 32기 최윤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제목만큼이나 정직하게 관객을 설득한다. 이를테면 관객에게 던지는 '직구'인 셈이다. 극 중 인물과 이야기 전반의 정서는 대중적이며 접근도 용이하다.

어떤 시련을 이겨내고 조금씩 성장하는 주인공과 그를 지지하는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영화는 관객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야구소녀'는 성장영화가 갖춰야 할 미덕과 구성을 갖추되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해 조금씩 궤를 달리하곤 한다.

감독과 선수 등 남자들로 구성된 집단 안에서 주인공 수인이 겪는 편견과 조롱, 유리천장 등을 현실적으로 맞닥뜨리게 하고 돌파하는 과정을 묵묵하게 지켜보도록 한다. 놀라운 점은 이 묵묵함에 있다. 과장이나 흥분 없이 수인과 호흡하는 점이 도리어 보는 이들을 벅차게 한다. 현실의 벽을 돌파하고 뛰어넘으려는 무수한 시도와 흔들림 없는 태도에 함께 응원하는 마음을 보태게 된다.

'야구소녀' 속 수인이 겪는 상황들은 마냥 판타지적이거나 희망적이지도 않다. '천재 야구소녀'가 깬 벽이 보는 이에 따라 또 다른 벽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야구소녀'는 수인의 새로운 시작과 도약을 통해 또 다른 수인들의 길을 안내한다. 세상 모든 수인들에게 건네는 응원 메시지 같다.

주연 배우 이주영의 활약이 대단하다. '춘몽' '누에치던 방' '꿈의 제인' '메기' 등 독립영화에서 활약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담백하게 수인의 진심을 연기해냈다. 약 한 달간 야구선수들과 훈련하며 모든 야구 장면을 직접 소화해냈고 매 신마다 고민하며 주체적으로 수인이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배우의 고민과 진정성이 얼만큼 캐릭터를 입체적이며 완성도 높게 표현해낼 수 있는지 알게 해주는 예다.

이준혁은 최진태 코치 역을 맡아 든든한 조력자로 분한다. 드라마 '비밀의 숲',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등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야구소녀'의 중심을 잡아준다. 18일 개봉이며, 러닝타임 105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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