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는 작업도 스마트폰으로" 농진청, 자동 물대기 시스템 개발

2020-06-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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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물사용량 20% 절감, 콩 소득 418억원 증대

트랙터 활용, 농민 스스로 설치해 비용 부담 최소화

“밭에 물 대는 작업도 스마트 워크로,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하죠. 농민들이 힘은 덜 들이면서도 콩, 참깨 등 수확은 이전보다 많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모두 자동관개기술 개발 덕이죠.”

정태욱 농촌진흥청 생산기술개발과장은 '지표 자동 관개 제어시스템'의 최대 장점으로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물대기 장비인 분수 호스나 스프링클러를 보면 자동제어기(컨트롤러)가 탑재돼 있다. 토양 수분을 자동으로 계측해 물을 대는 시점과 물의 양 등을 알아서 관리해 주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물대기 시스템이 바로 지표 자동 관개 제어시스템이다.

정부 혁신의 일환으로 농가에서는 필요에 따라 수동 제어, 유선 제어, 스마트앱 제어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자동으로 물대기를 할 수 있다. 기존 분수 호스를 쓰는 것과 비교해 물 사용량은 23.9% 줄고, 관개 효율은 16.4% 향상됐다는 게 정 과장의 설명이다.

이제 농촌에서 사람이 물길을 내 물을 끌어다 쓴다는 것은 옛말이 돼 버렸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자동 관개 시스템. [사진=농촌진흥청]

◆노동력·물사용량 20% 절감, 콩 소득 418억원 증대

농진청은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와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표 자동 관개 제어시스템도 그런 고민에서 출발해 고안해낸 기술이다.

정태욱 과장은 “최근 기후 변화로 가뭄 피해가 늘고 있어 밭작물 재배 시 물 대는 작업(관개)에 필요한 노동력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최근 강우량 감소에 따른 가뭄 피해 면적이 2015년 5만8000ha, 2016년 16만2000ha로 급증했고, 2017년 13만4000ha, 2018년에는 18만4000ha에 달한다.

정 과장은 “이런 상황을 기술로 극복하고자 제어기를 이용해 자동으로 토양의 수분을 측정하고,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며 “완전히 새 장비를 쓰게 되면 농가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커 스프링클러 등 농가가 보유하고 있는 물대기 장비를 활용하되 ICT 기술을 접목한 물 관리 시스템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시스템을 밭작물 재배에 활용하면서 사람에 의존해왔던 이전의 관개 방식보다 노동력과 물 사용량을 20%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

노동력은 줄어든 반면 밭작물 수확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전보다 참깨는 41.6%, 콩은 35.2%, 수수는 26.1% 생산량이 향상됐다. 덩달아 농가 소득도 커졌다. 콩을 기준으로 1만ha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더니 소득이 418억원 증대되는 효과를 봤다.
 

트렉터를 활용한 지중점적관 매설 작업. [사진=농촌진흥청]

◆트랙터 활용, 농민 스스로 설치해 비용 부담 최소화

농진청은 자동 관개 제어시스템을 농업인 스스로 설치할 수 있도록 트랙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농가에 많이 보급된 트랙터에 해당 시스템을 부착하는 형태로 보급하는 방식이다.

정 과장은 “작은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관 배출구를 통해 토양 표면에 물을 대주는 방식을 ‘지표점적관개’라고 하는데, 땅을 뚫는 데 쓸 매설기도 제작해 매뉴얼과 함께 농가에 보급했다”며 “트랙터 부착 전용 매설기를 활용하는 방식인데 매설 깊이 40㎝, 간격 60∼140㎝로 작업 시간은 10a당 1시간가량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가 스스로 설치하는 자가 시공이 가능해지면서 비용이 ha당 1978만원으로 용역시공(ha당 2900만원)을 할 때보다 예산이 31.7% 절감됐다”고 덧붙였다.

농진청은 스마트폰 앱을 연계한 자동 관개 시스템 기술도 9개 시·군에 시범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 토양 수분 자동 계측, 대기 및 온·습도, 관개 자동제어를 할 수 있고, 최대 4개 구역까지 동시 제어가 가능하다.

농진청은 관수 자재의 설치·철거에 따른 물 관리 비용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손실비용은 408만6000원인 반면 노동력 절감, 생산량 증가 등에 따른 효과는 451만8000원으로 분석됐다.

정 과장은 “지난해부터 농가에 자동관개 기술을 보급해 86%의 높은 기술만족도를 얻어 점차 보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시스템에 사용되는 지중 점검관을 2022년까지 국산화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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