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가 17일(현지시간) 국가 지원을 받는 외국 기업이 역내 기업을 인수하거나 공공 계약을 따내지 못하게 하는 새 규정을 제안하면서다. 사실상 차이나머니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EU는 외국의 국가 보조금이 해외 기업들이 유럽 내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나 주요 사회기반시설에 접근하기 위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국가 보조금에서 엄격한 규정을 적용받는 유럽 업체들이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EU 집행위가 내놓은 계획에는 외국 기업이 매출액 1억 유로(약 1364억원) 이상의 EU 기업의 지분 35% 이상을 매수하려 할 때 본국의 보조금이 1000만 유로(약 136억원) 이상일 경우 EU 집행위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이나 거래 거부로 이어질 수 있고, 불공정 이득을 보상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EU 내에 있는 기업들은 외국 보조금이 3년에 걸쳐 20만 유로 이상이면 EU 집행위에 보고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미준수 시 자산 매각, 시장 점유율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 등 모든 해외 기업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을 표적으로 한다는 게 관측통들은 중론이다. 중국이 지난 수년 동안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유럽은 차이나머니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럽 기업들의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외국 자본으로부터 기업을 지키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판단해 새 규제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의 이날 제안은 중국을 바라보는 EU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시켰다고 짚었다. EU 차원의 조치가 나오기 전부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은 외국 자본의 투자 규정을 까다롭게 바꿔왔다.
EU 집행위는 9월 23일까지 공개 협의 기간을 거쳐 내년에 이 규정을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