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전부장 "靑 '삐라살포 단속' 믿음보다 의혹, 남측 괴로울 것" (종합)

북한이 또다시 대남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번에 청와대를 직접 언급하며 남북 관계가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장금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12일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역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통하여 애써 가져보려 했던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고 밝혔다.

장 통전부장은 대북 전단 살포 관련 청와대의 입장발표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속담이 그른 데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를 향해선 “지금껏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전긍긍하면서 ‘통일부’ 뒤에 숨어있던 청와대가 마침내 나서서 그 무슨 ‘대용단’이라도 내리는 듯이 입장 표명을 했다”며 “우리로서는 믿음보다는 의혹이 더 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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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 통전부장은 청와대의 이런 발표에 대해 “들어보면 속죄와 반성의 냄새도 나고 ‘엄정대응’의지도 그럴듯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 이유로 “저지른 무거운 죗값에 비하면 반성하는 태도가 너무나 가볍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남조선당국이 말이야 얼마나 잘 해왔는가”라고 반문했다.

장 통전부장은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 보따리만 풀어놓은 것이 남조선당국”이라며 “여태껏 말이 부족하고 글을 제대로 남기지 못하여 북남 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가 한 말과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고 그것을 결행할 힘이 없다”며 “무맥무능하였기 때문에 북남 관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남북관계 교착국면의 근본적인 원인이 ‘대북전단 살포’가 아닌 판문점선언 등 정상 간 합의 사항에 대한 남측의 불이행에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를 소개했다. "역적무리들을 송두리째 불태워 버리자!" "민족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죽여라" 등의 구호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노동신문 캡처]

장 통전부장이 “그렇게도 북남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하였다면 판문점선언이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한 그런 법 같은 것은 열 번, 스무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또 “지금 청와대와 통일부, 집권여당까지 총출동해 ‘백해무익한 행위’니, ‘엄정한 대응’이니 하고 분주탕을 피우면서도 고작 경찰나부랭이들을 내세워 삐라살포를 막겠다고 하는데 부여된 공권력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그들이 변변히 조처하겠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도 했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활동 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 등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경기도가 접경지역을 위험지역으로 규정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금지하는 것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다. 
 
장 통전부장은 또 “뒤늦게 사태수습을 한 것처럼 떠들지만 어디까지나 말 공부에 불과한 어리석은 행태로만 보인다”며 “그런 서푼짜리 연극으로 화산처럼 분출하는 우리 인민의 격노를 잠재우고 가볍기 그지없는 혀 놀림으로 험악하게 번져진 오늘의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고 타산했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오산은 없을 것이며 그것은 오히려 우리에 대한 또 하나의 우롱으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가 추가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한 것도 거론했다.

장 통전부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남조선의 보수패당은 그 무슨 ‘대북 저자세’와 ‘굴복, 굴종’을 운운하며 당국을 향해 핏대를 돋두고있는가 하면 인간추물들은 6·15에도 6·25에도 또다시 삐라를 살포하겠다고 게거품을 물고 셜쳐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이 선포한 합의와 선언을 ‘휴지장’으로 만들었다며 이번 사태로 남측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지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 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금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사진=연합뉴스]

한편 장 통전부장은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가 개인명의로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이외 주민들이 듣는 대내용 라디로 조선중앙방송에서도 13일 0시 5분경에 장 통전부장의 담화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