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폭파 하루 만에…北 김여정·총참모부·통일전선부, 대남 동시 비난 (종합)

2020-06-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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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문 대통령 연설에 "혐오감 금할 수 없다"

"남조선 집권자 특사파견놀음 더는 안 통한다"

"이제 남조선 당국자들과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장금철 통전부장 "남·북 교류·협력 있을 수 없다"

北 총참모부, 9·19 군사합의 사실상 파기 시사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대북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이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거절했다고 16일 밝혔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은 또다시 담화를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 연설에 대해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북한 총참모부는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전개하고,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통일전선부의 장금철 부장은 이날 “지금까지 북·남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은 일장춘몽으로 여기면 그만이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장 부장은 전날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측의 행동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감히 그 누구를 위협하는 따위의 가소로운 입질까지 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날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북측의 강경 대응이다.
 
북한군이 대적(對敵) 행동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당국이 남측의 특사 파견마저 전격 거절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남·북 갈등 해법 찾기는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길’로 급물살을 탔던 남·북 관계가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北 “김여정, 남조선 특사놀음 안 통해…철저히 불허”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조선 당국이 특사파견을 간청하는 서푼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며 대북특사파견 요청 거절 소식을 알렸다.
 
통신은 “우리의 초강력 대적 보복공세에 당황망조한 남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면서 방문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통신은 “남측이 앞뒤를 가리지 못하며 이렇듯 다급한 통지문을 발송한 데 대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전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지난 15일 우리 정부가 북측에 특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이를 김 제1부부장이 ‘불순한 제의’라고 판단하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남측의 특사 파견 요청을 ‘불경스러운 태도’라고 지적하고, “참 망한 판단과 저돌적인 제안을 해온 데 대해 우리는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제1부부장이 남측의 특사파견을 ‘비현실적 제안’이라고 비판하며 “뭔가 노력하고 있다는 시늉만 하지 말고 올바른 실천으로 보상해 험악하게 번져가는 지금의 정세도 분간하지 못하고 타는 불에 기름 끼얹는 격으로 우리를 계속 자극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언동을 엄격히 통제 관리하면서 자중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文 대통령 ‘6·15 연설’ 혐오감 금할 수 없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장문의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6·15선언’ 특별연설에 대해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조롱했다.

김 제1부부장은 ‘본말을 전도한 미사여구의 나열’, ‘책임을 전가하는 철면피한 궤’, ‘비굴함과 굴종의 표출’ 등의 소제목을 달며 조목조목 문 대통령과 남측 정부를 향한 지적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남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남조선 당국자가 드디어 침묵을 깼다”며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 그리고 ‘6·15선언 20주년 기념행사’에 보낸 영상 메시지 등을 통해 ‘두 차례’나 장황한 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이른바 ‘6·15 넥타이’도 빌려 매고 “2018년 판문점선언 때 사용했던 연탁 앞에 나서서 상징성과 의미는 언제나와 같이 애써 부여하느라 했다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한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며 “명색은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민족 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보려야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은 남측을 향해 “북·남 관계를 견인해야 할 책임 있는 당사자”라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며 남·북 관계가 진전되지 못한 것은 ‘남조선 내부의 사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바람에 북·남 관계가 일직선으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우는 소리만 늘어놓았는데 공동선언이행을 위해 저들이 할 일이란 애초에 없었다고 직방 터놓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 제1부부장은 남측이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면서도 ‘제재의 틀 안에서’라는 전제조건을 붙이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오늘 북·남 관계가 미국의 농락물로 전락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親美)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순간까지도 남조선 당국자가 외세의 바짓가랑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제1부부장은 “어쨌든 이제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우리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앉게 됐다”며 “앞으로 남조선 당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후회와 한탄뿐일 것이다. 배신한 것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를 남조선 당국자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 뼈아프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군 “금강산·개성공단·GP 군 배치…서해상 훈련 재개”

북한이 17일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전개하고, 철수했던 비무장지대(DMZ) 초소(GP)에 다시 진출해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던 다음 단계의 대적(對敵) 군사 행동 계획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 군대는 당과 정부가 취하는 모든 대내외적 조치를 군사적으로 철저히 담보할 것”이라며 이같이 선언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현재 구체적인 군사 행동 계획들이 검토되고 있는데 맞게 다음과 같이 보다 명백한 입장을 밝힌다”며 △금강산·개성공단 군부대 △DMZ GP 진출 전개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대남삐라(전단)살포 투쟁 등 총 네 가지 계획을 전했다.

북한군의 이런 구체적인 계획 선언은 지난 2018년 합의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우리 공화국 주권이 행사되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이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더불어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하였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진출·전개하여 전선 경계 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변인은 또 “서남해상 전선을 비롯한 전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 근무를 증강하고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 전투 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정상적인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MZ 내 감시초소 복구와 전반적 전선에서의 훈련 재개 계획은 ‘공동연락사무소’ 설립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꼽히던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한다는 의미다. 서해상 부근 포병부대 배치, 포사격 등의 경고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한반도 내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대남 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 전선에서 대남 삐라(전단) 살포에 유리한 지역(구역)들을 개방하고 우리 인민들의 대남삐라 살포 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며 빈틈없는 안전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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