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이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서 새로운 항목 신설 등 증액 내역을 제시하는 압박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자, 우회 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B-1B는 B-52, B-2와 함께 미국 3대 전략폭격기 중 하나다. B-1B의 한반도 전개는 표면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전날 B-1B 2대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동중국해를 거쳐 대한해협과 동해, 일본 상공을 비행했다.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핵 전쟁 억제력’ 강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한 대응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미 공군 수석부참모장을 지낸 데이비드 뎁튤라 예비역 중장은 "B-1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는 미 공군의 새 전략인 ‘역동적 병력 활용(dynamic force employment)’의 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역동적 병력 활용은 미 폭격기들이 항상 전진 배치되지 않고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잠재적인 적들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작전 개념이다.
지난 2일,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슷한 시각, 미국 B-1B 편대가 B-52 전략폭격기를 대신 괌에서 일본 동쪽 상공에 전개됐다.
그러나 B-1B 한반도 전개의 목적이 대북 견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군은 지난 4월 16일 B-52 전폭기를 괌에서 철수시켰다. 전략폭격기는 본토에 둔다는 방침에서다. 그런데 엿새 후 B-52 대신 B-1B가 괌에서 이륙해 일본 항공자위대와 연합훈련을 벌였다.
미국 측이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당시 방위비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략자산은 분담금 대폭 인상의 주요 명분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의도적으로 우리와의 연합공중훈련에는 B-1B와 같은 전략자산을 투입하지 않고, 일본에만 전략자산이 제공되는 것처럼 연출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당초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해 제시했던 '전략자산 전개비용 항목 신설'에서는 한 발 물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항목 철회에 상응하는 비용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SMA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잇달아 B-1B를 한반도에 투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전략자산인 B-1B의 항적까지 굳이 노출하면서 한반도에 전개한 것에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 쓰인 미국 측 경비는 당연히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부각시키기 위함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