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감염 사태, 이른바 ‘이태원 쇼크’에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천지 교회발 집단감염 사태 당시 신천지 측과 대구시의 늑장 대처에 방역 골든타임을 놓친 교훈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에 이태원 일대 기지국 접속 관련 자료를 넘겨 받았다. 이는 연휴 기간 동안 이태원 일대 클럽을 방문한 뒤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3000여명을 찾기 위해서다.
또 정부는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CCTV 조사 등을 통한 추적 관리에 나섰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전국단위의 신속대응팀을 꾸렸다. 신속대응팀은 규모만 8559명으로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클럽 방문자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태원 쇼크에 대응하는 서울시의 모습도 대구와 대비된다. 대구시는 신천지교회 집단감염 당시 “대구시는 뭘 해도 너무 늦다”는 대구·경북 주민들의 자조 섞인 비판을 들어야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코로나19 국내 발병 초기인 지난 1월부터 “늑장보다 과잉이 낫다”는 원칙을 세웠고, 이번 ‘이태원 쇼크’도 그에 따라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종교시설에 비해 유흥시설에 대한 방역지침이 느슨했다는 일부의 비판도 서울시의 발 빠른 대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카드사로부터 이용자 494명의 명단을 확보해 이들에게 검사 및 자가 격리토록 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대상으로 압박 카드만 꺼내든 것은 아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검사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고 존중할 것”이라며 검사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서울시도 전날부터 익명검사에 동참했다.
익명검사는 당장 효과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약 3500건이던 검사 건수가 이튿날인 11일 6544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서울시는 검사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경우 워킹스루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이태원 쇼크에 대응하는 이유는 K방역을 성공한 방역 모델로 만들고, 방역 골든타임을 잡아 집단감염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태원 클럽 감염으로 우리 방역체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차별과 배제는 감염을 숨기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연대와 협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