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놓고 엇박자 내는 금융당국과 증권사

2020-04-03 08:17
  • 글자크기 설정

반대매매를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가 오히려 시장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폭락장에 대응하기 위한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반대매매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했지만 기대한 효과는 없이 증권사와 투자자의 위험만 키웠다는 것이다.

반대매매 자제 ‘권고’ 했지만··· 조치는 제각각
지난달 13일 금융위원회는 증시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신용융자담보비율의 유지의무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폭락장이 펼쳐진 가운데 증권사들이 쏟아내는 반대매매 물량이 추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140%인 담보유지비율을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금융위 발표 이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반대매매와 관련된 내부 지침을 바꿨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이전에는 현재 영업점 계좌에 한해 반대매매 시행일을 하루 더 유예하고 있다. 담보유지비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해 오던 미래에셋대우는 일부 종목군에 대해 비율을 140%로 변경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사전 동의한 고객이나 요청한 고객에 대해서만 반대매매를 하루 유예해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반대매매와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시행한 상태”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서 수준은 계속 달라지고 있으나 대부분 담보유지비율을 낮추거나, 반대매매 시행일을 하루 정도 유예하는 선에서 손질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회사마다 리스크 관리 기준과 내부 지침이 다른 상황에서 모호한 ‘자제 권고’만 내세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고객 특성과 종목 상황 등을 고려해 담보 비율을 설정하는 기준이 다르다"며 "권고에 따라 유예 조치를 실행하긴 하지만 제각기 완화 수준도 달라 오히려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정책 효과 의문··· 위탁매매 미수 규모도 늘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이 기대했던 효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6조5256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9조2072억원이던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달 12일 10조260억원까지 치솟았으나 불과 14일 만에 3조5790억원(35.70%)이 줄었다.

3월 들어 증시가 폭락하며 빚을 내 주식을 사는 개인들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증권사들의 반대매매가 이어지며 신용거래융자액 자체가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신용거래융자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위탁매매 미수금에 대한 반대매매 액수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 거래는 주식결제 대금이 부족할 경우 증권사가 3거래일간 대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단기융자 서비스다. 신용거래와 마찬가지로 투자자가 미수금을 갚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자금이 회수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금융위의 반대매매 권고 이후에도 위탁매매에 대한 미수금 액수는 줄지 않고 있다.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달 13일 219억원을 기록한 뒤 16일 소폭 감소했지만 이후에는 4거래일 연속 250억원 전후로 상승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처럼 유동성이 큰 자산을 담보로 잡을 경우 쓸 수 있는 유예 조치들도 당연히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들의 자율에 맡겨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정책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매매 규제가 곧 투자자 보호는 아냐

증권가 일각에서는 반대매매가 주는 효용성도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비난은 피해야 한다는 강조한다. 요즘처럼 증시가 요동치는 폭락장에서는 오히려 반대매매를 유예하거나 담보 비율을 낮추는 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적시에 이뤄지는 반대매매가 오히려 투자자 손실을 줄이는 측면도 있다”며 “1거래일 반대매매를 유예했는데 오히려 주가가 더 떨어지면 신용거래를 이용한 투자자가 짊어져야 하는 빚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매매로 인한 개인 투자자 피해를 줄이려면 담보를 통한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담보를 통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자체를 줄여 반대매매로 인한 손실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려면 부동산 시장 규제처럼 레버리지 활용을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