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호텔신라채 팔아주는 삼성증권

2020-03-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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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호텔신라 제공]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호텔신라 회사채를 계열사 삼성증권이 팔아준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삼성증권은 4월 17일 발행하는 호텔신라 무보증사채 1200억원어치를 인수·중개하기로 했다.

호텔신라는 5월 29일 만기인 회사채 2500억원어치를 차환하려고 같은 액수로 사채발행에 나섰고, 삼성증권은 이 가운데 48%를 맡는 거다.

1년 전만 해도 호텔신라 신용등급은 좋았다. 2019년 6월 신용등급 정기평가에서 'AA(안정적)'를 받았다. 호텔과 면세 사업에서 모두 우수한 시장지위가 인정됐다. 영업환경 개선에 따른 수익성 회복, 투자계획 조절로 인한 자금 선순환 구조가 차입부담 완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각됐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본업인 호텔ㆍ면세점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주요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관광 경기 영향을 받는 항공ㆍ운송과 호텔ㆍ면세점업에서 수요 감소폭이 가장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코로나19 확산이 비금용업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국내 비금융 업종 상당수가 즉각적으로 강력한 영향권에 놓여 있지만, "특히 항공운송, 호텔, 유통, 영화상영 같은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 산업이 수요 급감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관광숙박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 4개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기도 했다.

호텔신라 객실점유율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20~30%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김포공항 신라면세점은 오는 28일까지 8영업일 동안 문을 닫는다. 다음달 초 베트남 다낭에서 예정됐던 리조트형 호텔 '신라 모노그램' 개장 시기도 미뤘다. 베트남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해서다.

실적 기대감이 꺾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올해 들어 전날까지 호텔신라 실적을 제시한 16개 증권사 추정치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호텔신라는 1분기 매출 1조3323억원과 영업이익 476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1%와 42%씩 적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3% 감소한 347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산됐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발병이 모든 사업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매출을 보면 시내면세점은 전년 동기보다 15%, 공항 면세점은 30%, 싱가포르 부문은 40%, 홍콩 부문은 50%, 호텔ㆍ레저 부문은 30%씩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이전 추정치보다 각각 12%, 31%씩 낮췄다"며 "결과적으로 2020년 매출은 전년보다 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21% 줄어들 걸로 추정된다"고 했다.

회사채 시장까지 얼어붙었다. A급 이상 우량기업도 마음놓지 못하고 있다. 20일까지 일주일 사이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하나은행(AA)과 포스파워(AA-), 키움캐피탈(AA) 3개사가 모두 모집액을 채우지 못해 미매각이 발생했다.

통상 3월은 주주총회와 결산보고서 제출로 회사채 발행이 적은 달로 꼽힌다. 덕분에 예년 같으면 3월에 발행하는 회사채는 수요예측 초과(오버부킹)가 어렵지 않은 편이었다.

호텔신라가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4월은 연중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은 달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오는 4월 만기인 국내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금투협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1년 이후 4월 만기 물량 가운데 가장 많다.

삼성증권이 이번에 호텔신라 회사채를 처음 사들이는 건 아니다. 2011년 10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호텔신라가 발행한 1조700억원어치 회사채 가운데 404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자본시장법은 2013년 10월 동양사태 이후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사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계열사 투기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가지거나 팔 수 없고, 계열사 물량이 50%를 넘어서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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