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요지부동 日 '올림픽 연기 검토' 왜?

2020-03-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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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부터 2년 연기까지 논의...1년 연기시 3~4조엔 손실

美 트럼프 "1년" 연기 종용...日 국민 50~60% '연기해야'

일본 정부가 2020 도쿄올림픽 개최 연기에 대해 운을 뗐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에도 예정대로 개최한다던 요지부동한 태도에 대내외 압박이 이어진 결과다.

23일(현지시간) 마이니치신문과 지지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기 어렵다면 연기도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베 총리는 "최종 판단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내리지만, 개최 취소는 선택지에 없다는 점은 IOC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가 직접 연기 가능성을 입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도쿄올림픽이 연기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앞서 IOC 역시 22일(미국 동부시각 기준) 긴급 집행위원회를 진행한 후 성명을 발표해 "올림픽을 연기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적인 논의를 시작한다"며 "앞으로 4주 안에 해당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IOC가 연기 시점과 그에 따른 비용을 추산해 30일에서 2년까지 개막을 미루는 4가지 시나리오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일부에서는 30~45일 개최 연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이 연기될 경우 일본 경제에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개최 연기로 올해 일본 전체 경제가 3조2000억엔(약 36조8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미야모토 가즈히로 간사이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1년 연기 시 손실액을 6400억엔으로 봤다. 개최가 취소될 땐 피해액이 7배가 넘는 4조5000억엔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이 올해 올림픽을 치르지 못할 경우 성장률 하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블룸버그는 일본이 앞으로 4개 분기 연속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주요 매체들은 그간 논의 과정을 고려해 1년 연기설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친(親)정권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지난 14일자 1면에서 "도쿄올림픽을 취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1년 연기가 피해가 적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텅 빈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보다 1년 연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고, 아베 총리와 50분간 통화한 데 따라 나온 보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에도 "내년으로 (올림픽을) 연기하는 것을 포함한 선택지가 있다"며 아베 총리에 결정을 촉구했다. 이후 영국, 노르웨이,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각국에서 잇따라 선수들의 건강을 이유로 일본 정부에 연기 결정을 압박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올림픽 연기 요구가 거세다. 23일 요미우리신문은 최신 설문조사에서 69%가 '연기하는 쪽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20~22일 107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지난주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호치(500명)와 스포츠닛폰(890명)의 조사 결과에서도 각각 61.4%와 57.2%가 연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23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1814명(크루즈선 탑승자 712명 포함)으로 전날보다 47명 늘어났다. 사망자는 49명이다.
 

지난 2016년 8월 2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게임 캐릭터 '슈퍼 마리오'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마리오처럼 일본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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