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빅데이터 전문가 품는다…서경배 “전사적 디지털화” 박차

2020-03-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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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균 서울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 배경

“옴니 디지털 루프” 강조한 서경배 회장 뜻 담겨

[아주경제DB]

국내 화장품 대기업 아모레퍼시픽이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62·사진)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올해 ‘옴니 디지털 루프’ 구현을 내세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10일 아모레퍼시픽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차 교수를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차 교수는 이달 개원한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1992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최고 권위자이자, 1세대 벤처 창업가로도 유명하다. 2000년 설립한 빅데이터 전문 벤처기업 TIM을 세계 3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독일 SAP가 거액을 들여 인수한 일화는 아직도 학계와 업계에 널리 회자된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학원, 칭화대, 푸단대 등 중국 내 유명 교육·연구기관의 요청으로 강연하면서, 중국의 빅데이터·AI 산업 발전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바 있다.

때문에 차 원장은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의 앓던 이를 뽑아줄 적임자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중국 정부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논란을 겪은 뒤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고, 이후 서경배 회장은 줄곧 화장품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방도로 “전사적 디지털화 가속화”를 강조해왔다.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해 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은 못낸 상황이다.

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전 밸류 체인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고객의 숨은 니즈를 빅데이터로 발견하고 고객의 모든 여정에 소통과 공감으로 함께할 때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옴니 디지털 인프라와 역량을 갖출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다각도로 활용해 제조와 유통을 뛰어넘어 고객들의 쇼핑에 공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쿠션팩트를 이을 ‘초격차’ 상품으로 수만건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아이오페 ‘스템3 앰플’, 라네즈 ‘크림스킨 미스트’, 이니스프리 ‘퍼스널 원크림’ 등을 선보였다. 중국 유통기업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소비자 연구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이커머스 전문가인 박종만 전무를 영입해 조직 내 ‘이커머스 디비전’도 신설했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전방위로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차원이다. 

차 원장의 선임으로 서 회장의 비전 실현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차 원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전문지식과 AI 기술 모두를 갖춘 양손잡이 전문가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사내에는 화장품과 생활용품에 대한 전공 지식만 갖춘 인재들이 있는데, 데이터사이언스 분석 능력까지 갖춘 양손잡이 인재를 키워내는 데 도움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차 원장은 사외이사 보수를 전액 대학원에 기부할 계획이다.

한편으로 차 원장 선임의 건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쓴소리를 피해갈 카드로 제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는 20일 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아모레퍼시픽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10여년 동안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10% 내외를 꾸준히 보유하면서 사내외 이사 선임 및 보수에 관한 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반대표를 던져왔다. 특히,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과 동문인 엄영호 연세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려 ‘독립성 훼손’ 우려를 지적받았다. 차 원장의 사외이사 최종 선임은 20일 아모레퍼시픽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승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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