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연준 결국 제로금리 갈 것"…재정정책 동반돼야

2020-03-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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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부 차례…세금 감면 등 지원책 필요"

연준 이어 한은 등 줄줄이 인하 가능성 높아져

코로나19 비상사태 해결을 위해 마침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등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 50bp 인하라는 파격적 처방전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길 줄 알았던 뉴욕증시는 급락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강력한 대책이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불안이 고조되면서, 연준이 결국 '제로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도 경기침체 앞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준이 깜짝 카드를 내놓으면서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도 뒤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 역시 4일 정책 여건의 변화를 감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다시 고꾸라진 뉴욕 증시··· 금융시장 '시계 제로'

3일 연준은 이례적으로 정례회의가 아닌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1.00-1.25%까지 단번에 0.5% 포인트나 내렸다. 오는 17~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선제적 고강도 처방에 나선 것이다. 연준의 긴급 금리인하는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쑥대밭이 됐던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사실 시장은 지난달부터 연준 개입을 예상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들고 있던 위험자산을 던져버렸고, 뉴욕증시는 삽시간에 조정장에 들어갔다. 공포가 높아지며 전 연준위원들도 나서서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OMC가 열리기도 전에 서둘러 큰 폭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연준위원들이 올해 초부터 끊임없이 신중한 연준의 태도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연준이 패닉장에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은 예상 밖 초강수를 뒀다. 시장은 당황했고, 바로 역풍이 불었다. 마켓워치는 연준이 이번 조치로 미국 경제에 앞으로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고 하방 위험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줬다고 분석했다. 

결국 다우지수는 2.9% 추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2.8%, 2.99% 떨어졌다. 안전자산인 금값이 3% 넘게 뛰었고,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이 치솟으면서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역대 처음으로 1% 아래로 붕괴했다. 

블룸버그는 "국채 수익률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도널드 엘렌버거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강력한 바주카포를 쏜 배경에는 (연준이) 미국 내 전염병 사태가 악화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면서 "이런 추측이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또다시 '제로금리'로?··· 돈 풀기 효과 회의론도

강력한 '연준 풋'이 등장했지만, 시장의 아우성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올해 내 제로금리 정책을 재가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홀로 승승장구하던 미국 경제도 위험이 처했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이 튼튼했던 상황에서야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JP모건의 얀 로이스(Jan Loeys)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금리인하를 하면 할수록 더 빨리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면서 "연준은 탄약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는 가운데, 지금 그걸 사용하고 있다. 연내 금리가 제로로 들어갈 가능성은 50% 정도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공장이 문을 닫고 인적·물적 이동이 제한되는 등 '공급 충격' 우려가 큰 상황에서 '수요 충격' 완화를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회계기업 RSM US의 조지프 브루셀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당국자들이 코로나19 대책을 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 감면 등 정부의 재정지원이 동반돼야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준이 큰 폭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다른 중앙은행들도 통화완화 정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했다. 이 총재는 이날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연준의 조치를 언급하면서 향후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과 일주일 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했지만 다시 인하로 돌아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또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의 파급 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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