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측은 공식적으로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는 롯데그룹 지배 구조 개편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한다.
호텔롯데는 신 회장이 작년 12월 31일 자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아울러 송용덕·김정환·박동기 대표도 모두 지난달 30일 자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봉철·김현식·최홍훈 대표는 모두 지난달 30일 선임됐다. 작년 1월 선임됐던 이갑 대표는 그대로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롯데건설 대표이사직에서도 사임해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만 맡게 됐다. 이 중 롯데지주, 롯데제과도 오는 3월이면 이사 임기가 끝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이후 책임 경영,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린 후속 조치"라며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이끌게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작년 10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바 있다. 또 롯데 측 입장 대로 전문경영인이 나설 경우 보다 전문화된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신 회장의 사임이 호텔롯데 상장을 감안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롯데는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 구조 개선을 추진해왔는데,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 상장 심사에는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도덕성이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혹시 모를 위험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차원에서 신 회장이 자리를 내려놨다는 해석이다.
재계는 신 회장의 사임으로 향후 롯데그룹의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사임으로 오너 리스크가 제거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로 인해 상장에 성공할 시 롯데호텔에 대한 일본 주주의 지배력 약화도 기대할 수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제과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호텔롯데 지분을 일본 주주가 100% 가깝게 확보하고 있다. 만약 상장에 성공하면 호텔롯데의 일본 주주 지분은 상당 부분 희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