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낙점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닷새 만인 17일 자진 사퇴의사를 밝히면서다.
대내외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는 데다 내부 이탈자까지 나오면서 3자 연합은 더욱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김 전 상무 이탈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내부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상무는 한진칼 대표이사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칼맨(KALMAN)으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3자 연합 측은 김 전 상무의 사퇴는 건강상의 이유라며 공식해명 자료를 내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자 연합은 "김 후보에게 이사직을 요청할 때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고, 이후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며 "이런 일에 흔들림 없이 계속 한진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자 연합의 바람과 달리 추가 이탈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자 연합이 반격에 나설수록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 노조와 대한항공 OB임원회 등의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3자 동맹이 허울 좋은 전문 경영인으로 내세운 인물은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그들 3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조 전 부사장의 수족들로 이뤄져 있다"며 "그들이 물류, 항공산업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전 상무도 '항공업 전문가'라기보다는 조 전 부사장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컸다. 김 전 상무는 대한항공에서 상무보로 승진한 뒤 곧바로 한국공항으로 자리를 옮겨 사실상 대한항공에서 임원을 한 경험이 없다.
한국공항에서 그는 램프 지상조업 등의 사업을 담당했다. 비상근 1년을 제외하면 2014년 1월까지 한국공항에서 근무하고 퇴직해 이미 항공업계를 떠난 지 6년이 넘었다.
나머지 후보들도 전문성과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남은 사내이사 후보는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등 3명이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