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광렬(55·사법연수원 19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 성창호(48·25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조의연(54·24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 법관이 연루되자 수사에 대응하고 검찰을 압박해 법관의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자료를 유출했다는 게 공소사실 요지"라며 "법원행정처는 법관 비리·전관예우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소사실상 이러한 목적이 실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영장전담 판사로서 수석 부장판사에게 통상적인 처리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이들은 신 부장판사가 문건을 작성해 대법원에 보고한다는 사정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전에 범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운호 게이트'에서 법원과 검찰은 갈등 관계에 있었지만 사법행정을 위해 상호협조하는 관계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보고한 내용과 당시 나온 언론보도, 보도가 예정돼 있던 기사 내용과 대부분 유사해 수사나 재판 기능에 장애를 발생하게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법원에 수사정보를 공유했고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내용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기밀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영장재판 정보를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재판부가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검찰이 무죄판결의 빌미를 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신 부장판사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께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성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현직 법관으로서 입장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법리와 사실관계에 비춰봐도 무리한 기소였다는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대법원 지시를 받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고 수사기록을 유출하지도 않았다며 사실관계부터 부인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신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