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초반 판세는 샌더스 의원에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박빙의 차로 2위에 오른 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선 1위로 올라섰다. 피트 부지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양강 구도지만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샌더스 지지율이 두 배 가까이 높다. 샌더스는 하루 전 발표된 몬머스대학 전국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치고 1위를 꿰찼다.
샌더스는 부유세, 월가 혁신,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외치는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다. 월가에선 그의 공약이 미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로이트 블랭클파인 골드만삭스 전 회장이 트위터에서 "샌더스는 트럼프만큼 (사회를) 갈라놓고, 경제를 망치고 군을 돌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뉴욕증시는 샌더스의 부상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신고가를 다시 썼다. 샌더스의 상승세에도 시장이 "늘어진 하품"으로 반응하는 건 "샌더스가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향력 있는 투자 전문가이자 미국 경제매체 CNBC 매드머니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 역시 샌더스의 부상과 바이든의 추락이 가시화하면서 되레 트럼프의 재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크레이머는 투자 뉴스 플랫폼 더스트리트닷컴 인터뷰에서 "가장 온건한 후보 바이든이 고배를 마셨다. 사실이다.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며 "지금까지 진짜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시장이 진짜 오른 이유"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월가 경영진조차 샌더스의 경쟁력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대형 은행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폴리티코에 "시장이 버니에 반응하지 않는 건 아무도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뉴햄프셔는 원래부터 버니의 텃밭이다. 만약 그가 민주당 대선주자가 된다면 트럼프가 그를 뭉개버리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관측은 도박사들의 베팅과도 일치한다. 도박사이트 일렉션베팅오즈(EBO)에 따르면 도박사들은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을 35.8%로 가장 높게 반영했으나, 올해 대선에서 샌더스가 승리를 거둘 확률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은 58.7%로 반영하고 있다.
스티븐 엥글랜더 스탠다드차타드 애널리스트는 "샌더스가 진보 성향 사회주의자에는 통하지만 전체 유권자들을 끌어안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샌더스 띄우기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사람들은 그의 메시지를 좋아한다"며 "그에겐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호의적인 트럼프의 반응은 월가 말대로 샌더스와 본선에서 맞붙는 게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