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베이성과 중심도시 우한에서 가장 많은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 당국도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위건위 소속의 중국 전염병 감염학회 최고 권위자 리란쥐안(李蘭娟) 공정원 원사는 관영 중앙TV에 나와 “최초의 환자가 우한시에서 발생했고, 감염이 확산되는 동안 우한시의 의료자원이 충분히 대처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이끄는 중국공산당과, 국무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조장으로 하는 방역공작 영도소조를 구성해서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수도 베이징(北京)의 의료진을 ‘전선(前線)’으로 급파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 4일 저장성 웨칭(樂淸)시를 시작으로 중국 전역의 교통 ‘혈맥(血脈)’에 해당하는 도시들은 이미 도시 교통망 폐쇄를 선포하는 ‘봉성(封城)’조치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총리 주재로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었으나,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좀 더 상황이 급변하기 전까진 현재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만 입국금지)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경기 시흥시 거주 73세 한국인 여성이 25번 확진자로 밝혀졌고, 이 여성의 아들(51)과 며느리(37) 부부가 최근 3개월간 후베이성이 아닌 광둥성을 다녀온 사실에도 오불관언(吾不關焉)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정세균 총리는 회의를 앞두고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중국 입국 대상지역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회의 후 자신의 말을 거둬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9일 진천과 아산을 방문해 우한교민 임시생활시설의 운영과 방역 대책상황을 듣고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국민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신종 감염병에 긴장하고 주의하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만 말해 입국금지 중국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지난달 26일 건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전기 ‘운명’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친 책으로 고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들었다. 1974년 리영희 교수가 초판을 쓴 ‘전환시대의 논리’에는 “파리, 쥐, 모기는 물론 모든 전염병이 1970년대에 이미 대륙에서 사라졌다”는 부분이 나온다. “1957년 중국을 여행한 영국 의사들이 중국 의료 위생 사업의 어떤 분야는 영국보다 앞서 있다고 했다”는 부분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방역대책이 혹시라도 그런 잘못된 리영희류의 중국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면 이제라도 현대중국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중국이 마오쩌둥(毛澤東)이 추구하던 ‘사회주의 중국’이 아니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지난 40년간 변화시켜 놓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국인데도 의료 수준이 미달인 현실을 인식하고, 덩샤오핑의 ‘실사구시(實事求是·현실 파악이 우선)’의 자세로 대중(對中) 방역정책을 입국 금지지역 확대로 하루 빨리 전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