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동 소재 R공인중개사 대표의 말이다. 고급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권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전세보다 월 임대료를 얹어서 내는 이른바 '반전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이 늘어나면서 월세·반전세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월세 계약 7371건 중 반전세는 905건(12.3%)을 기록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서울시가 분류하는 반전세 기준은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경우다.
반전세는 2%대의 전세대출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이미 오래전부터 부동산 시장에 등장한 임대 형태이다. 그러나 최근 전세 매물이 더 부족해지면서 반전세는 아파트 임대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지금처럼 임대인이 우위에 선 시장에서는 집주인이 선호하는 임대 형태가 주를 이루게 된다. 임대인 입장의 경우,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 전세보증금을 받기보다는 월세를 받는 것이 이익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환산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12월 기준 4%로 보통 2~3%대인 은행 이자율보다 높다. 당초 전세 매물의 품귀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송파구 송파동의 P공인중개사 대표는 "실질적으로 3억원 미만 매물은 서민층에서 거래되는데 정부가 대출을 규제하면서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었다. 금리가 낮다 보니 임대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철이 다가와서 수요는 높은데 공급이 많이 부족하다. 또 투룸 구조가 많아야 하는데 수익률 내는 원룸 매물이 위주인 점도 문제"라면서 "장기적으로 전셋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집 매매가 어려워지자 서민층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전세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부터 2년 거주 요건·1가구 1주택을 시행키로 하면서 집주인도 전세 쟁탈전에 참여하게 됐다. 이로써 전세 구하기는 점점 더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원래 5억7000만원으로 나왔던 전세 매물이 4억2000만원에 월 90만원 반전세로 바뀌었다. 특히 '거주요건 2년' 조건이 생기면서 내놨던 전세 매물에 직접 들어가 사는 집주인도 생겨나 전세 매물은 더욱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강남권의 아파트 전셋값은 1억~2억원까지 치솟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입주 2년 차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세보증금은 2018년 12월 6억8600만원에서 지난달 13일 기준 1억400만원(15.2%) 오른 7억9000만원으로 조사됐다.
대치동의 M공인중개사 대표도 "학군 인기 지역인 대치동은 인근 신축 아파트들의 전셋값이 20~30%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4%,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0.05%씩 떨어지면서 지난주보다 낙폭이 커졌다. 이에 비해 수원 팔달·권선, 용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교통 호재와 12·16대책의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면서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