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식품업계에도 몇 안 되는 외국인 CEO들이 있다. 글로벌 주류업체와 외식 브랜드들이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1위 ‘디아지오코리아’는 2대째 한국인 대표가 맡지만, 프랑스 주류기업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현지에서 온 대표가 국내 파견 근무 중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대표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한국인 사장은 국내 사정에 밝고, 임직원 소통이 편하다. 외국인은 한국인보다 글로벌 본사와의 교류가 원활하다. 본사가 실적 위주로 경영체제를 개선하고 싶을 때 외국인 대표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위스키 시장의 규모는 10년 넘게 쪼그라들고 있다.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 두 회사 모두 매출이 4년째 감소세로 사정이 어렵다.
디아지오는 2018년 2월 이경우 대표 취임 후, 이듬해 8월 수출용 ‘스미노프’ 브랜드와 군납용 ‘윈저’를 생산하던 이천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소용량 위스키와 맥주 신제품 출시로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장태범’이란 이름까지 짓고, 한국에 적응하겠다던 장 투불 페르노리카 사장은 직원들과 불협화음을 냈다.
페르노리카의 한국법인은 발렌타인, 앱솔루트 등 수입 브랜드를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국내용 브랜드인 임페리얼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두 개 회사로 나뉘어 있다. 페르노리카는 이 가운데 고가인 임페리얼 위스키 판권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이 번졌다. 지난해 1월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는 “회사는 경영난을 이유라고 하지만 지난 2년간 프랑스 본사로의 배당액이 300억원이 넘는다”며 “직원의 희생을 담보로 이익만 챙기려는 ‘먹튀경영’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인 사장의 한국 이름짓기는 오비맥주가 먼저다. 지난 5일부터 출근한 벨기에 출신 벤 베르하르트 신임 사장의 한글 이름은 ‘배하준’이다.
오비맥주는 2014년 글로벌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에 인수된 이후, 외국인 사장이 부임하고 있다. 이때부터 카스 외에도 ‘호가든’과 ‘버드와이저’, ‘하얼빈’, AB인베브의 다양한 수입 맥주들이 오비맥주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전에는 주류업계에서 ‘고신영달(고졸 신화 영업 달인)’로 불린 장인수 사장이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상업고등학교 출신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다.
한국맥도날드는 첫 한국인, 첫 여성 대표를 선임했지만 4년 만에 다시 외국인 사장으로 교체했다.
조주연 전 대표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내부 승진한 사례로 임직원의 존경을 받았다. 재직 기간 중 용혈성요독증후군(HUS·햄버거병) 관련 위생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국정감사장에 출석하며 해명을 위해 힘썼다.
지난달 조 전 대표는 개인 사정으로 갑작스레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은 호주 남부지역 사업을 총괄해온 앤토니 마르티네즈다. 조 전 대표에 이어 앤토니 사장도 위생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최근 한국맥도날드는 1~2월 예정했던 주방공개행사를 취소하고, 행사신청도 일시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