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 받으려고 고소? 앞으로 못한다...검찰 "대부업체 편법고소 '각하'"

2020-02-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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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정황 없으면 각하... 단순 채무자 수사 대상 방지

검찰 "절제된 검찰권 행사로 국민 인권 보호"

대부업체들이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채무자들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앞으로 대부업체들이 채권추심을 위해 제기하는 편법 고소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2일 대검찰청은 앞으로 대부업체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사건의 경우 명백한 범죄 정황이 없을 경우 각하(고소 배척)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상당수 대부업체들은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면 민사소송으로 채권을 추심하기보다 형사고소를 제기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상당수의 서민들은 민사와 형사사건의 구분에 익숙하지 않고 돈을 갚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악용한 행태였다.

이 때문에 단지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했을 뿐인데도 사기 등의 혐의로 피의자가 되고 심지어 기소중지 및 지명수배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고리 대부업체들까지 채권추심을 위한 고소고발에 나서면서 본의 아니게 수사기관이 고리대금업자들의 편을 들어주는 듯한 오해가 일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향후 이번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검찰의 조치는 폭증하는 검찰업무 경감을 위해서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체가 낸 고소의 대부분이 최종적으로는 '혐의없음'으로 끝나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수사기관의 수사력이 낭비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기준 17곳의 주요 대부업체 등이 고소한 사건 1만1800여건 중 실제로 기소된 것은 약 11%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사건은 '혐의 없음'이나 기소중지 등으로 처리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도 "대부업체가 무분별하게 제기하는 고소사건은 곧바로 각하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대부업체가 제기한 고소고발이 서민들을 사실상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검찰이나 경찰 등 공권력이 사인간의 채권채무 관계까지 개입해 돈을 대신 받아줄 수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방침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채무자가 사문서위조 등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속이려 했다거나 자동차 등 담보물을 숨기는 등의 구체적이고 명백한 범죄정황·단서가 없으면 수사에 나서지 않게 된다. 통상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수사부서에 사건을 배당해 고소인, 피고소인 조사를 거치게 되는데, 피고소인 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각하처분)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절제된 수사권 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대부업체 고소사건의 대부분이 경찰에서 처리되고 있는 만큼 '검찰의 지침'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고 경찰과 입장을 조율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대부업체 광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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