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34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00억원가량 감소했다. 총 207개 자산운용사가 3057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이 중 레포(환매조건부채권) 펀드를 제외한 순수 한국형 헤지펀드만 추리면 총 설정액은 25조9000억원 수준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제한 없이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우리 투자환경에 맞게 변형한 상품이다. 초기엔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금융당국이 운용사 설립요건을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투자금액을 1억원으로 낮추면서 급성장했다.
2015년 말 2조7000억원에 그쳤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2017년 말 12조2000억원, 2018년 말 23조6000억원을 거쳐 지난해 30조원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지난해 라임운용의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를 계기로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까지 줄곧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설정액 규모는 9월 들어 4000억원 감소한 34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들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자칫 환매 연기 사태의 불똥이 헤지펀드 전반에 튈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선두권 회사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만큼 다른 운용사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헤지펀드 대상으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던 대형 증권사들은 PBS 부문을 축소하고 자금 회수에 나섰다.
알펜루트 자산운용은 지난 28일 '에이트리 1호'(567억원)와 '비트리 1호'(493억원), '공모주 2호'(48억원) 등 3개 펀드의 환매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이들을 포함한 연기 규모는 최대 26개 펀드, 총 1817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회사 측은 환매 연기 원인으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해지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꼽았다. 투자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던 증권사들이 자금을 회수하자 환매 대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를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운용업계는 자금 이탈 확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 자금을 가져가라고 권하던 증권사들이 계약을 해지하니 중소형 운용사들은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업계 선두권 대형사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면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