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번 합의에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 핵심 난제가 빠지면서 2단계 협상은 더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2단계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남은 관세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라 관세 전쟁의 종결도 요원해 보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폭탄을 투하하는 것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18개월 만이다. 미·중 양국이 1단계 합의로 무역 전면전에 공식 휴전을 선포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드리웠던 불확실성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서명식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국 기업인, 국회의원, 중국 관료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다. 블룸버그는 세계 양강 사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우호적 장면이 연출됐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1단계 합의는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갈 수 있다는 신호로써, "중국, 미국, 나아가 전 세계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그 대가로 미국이 일부 관세를 철회하거나 낮추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중국은 앞으로 2년에 걸쳐 미국산 농산물을 비롯한 제품 구입을 2000억 달러어치 늘림으로써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다소 해소하기로 했다. 첫해에 767억 달러, 두 번째 해에는 1233억 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서비스 380억 달러, 공산품 780억 달러, 농산물 320억 달러, 에너지 540억 달러 등이다.
또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영업비밀 절취에 대한 처벌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은행 증권 보험 등 중국 금융시장 개방 확대,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중단 등을 약속했다.
대신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중국산 제품 16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보류하고, 1200억 달러어치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15%에서 7.5%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2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합의문에는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 분쟁 해결 사무소를 설치하고, 합의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 협의를 갖고, 이를 통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비례적인 시정조치' 권한을 규정했다. 중국의 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미·중 관세전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합의가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조금 지급 문제를 놓쳤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문제는 추가 협상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2단계 협상이 언제 시작되고 얼마나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70%에 물리는 나머지 관세를 지렛대로 활용해 중국의 구조 개혁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계는 추가 협상의 신속한 진행을 촉구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양국이 "최대한 빨리" 2단계 논의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무역위원회 회장은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1단계 합의는 남은 쟁점에 대한 2단계 협상으로 신속히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