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민영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책을 발표하며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 발전 민영기업 쇠퇴)' 논란에도 확실히 선을 그었다.
국유기업만으로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민영기업 기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23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전날 '민영기업 개혁 발전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관한 의견'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그동안 국유기업의 텃밭이었던 인프라 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발전·전신·철도·석유·천연가스 등 업종의 시장 경쟁 체제를 강화하고 민영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분야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인프라 사업에 대한 지분 참여와 원유 탐사·개발·판매, 에너지 파이프 라인 구축 등 사업 참여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쭝칭허우(宗慶後) 와하하 창업주는 "유리천장 문제를 해소하고 민영기업이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민영기업을 위해 세금 부담을 더 낮추고 금융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증치세(부가가치세) 세율 인하와 영세기업 세제 혜택 및 연구개발(R&D) 비용 공제 확대, 사회보험료 요율 인하 등이 시행된다.
중국신문망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민영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감세액은 9644억 위안(약 160조원)으로 전체 감세액의 64%에 달했다"며 "세금 부담을 더 낮추면 민영기업이 경영에 더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민영기업의 기업공개(IPO)와 대출 연장 심사 기준을 완화하고, 대출 과정에서 민영기업이 불평등을 겪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민영기업을 운영하는 자본가의 합법적인 재산을 보호하고, 지방정부가 민영기업과 체결한 각종 계약을 멋대로 파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국진민퇴 논란를 의식한 듯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의심하거나 민영경제를 부정하는 잘못된 여론은 배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영기업에 당근을 주는 대신 당의 영도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의견의 첫 조항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로 삼아 19차 당대회 정신을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영기업가는 조국과 인민, 공산당을 사랑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민영기업 내에 당 조직 건설을 완비하고 당의 영도를 옹호하며 당의 노선·방침을 선전하라고 독려했다.
이번 조치는 국가 경제에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민영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포석이다.
수출입 감소와 부품 조달 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영기업을 지원하려는 목적도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경영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울테니 당의 지도를 충실히 따르는 홍색 자본가의 길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