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호찌민? 선 넘는 비교에 뿔난 베트남인들

2019-12-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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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언론, 베트남 국부와 축구 감독 비교에 악플 뭇매

"저는 베트남 사람입니다. 기사 제목이 하나도 마음에 안 듭니다. 비교 대상을 잘 선택하고 쓰세요. 우리나라(베트남)에서 가장 존경을 많이 받는 호찌민 주석과 비교하면 안 됩니다"

"베트남 사람입니다. 박항서 감독님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비교하면 안 됩니다. 빨리 삭제해주세요"

"박항서 감독은 정말 잘했지만, 우리 국부 호찌민과 동급이 되지 못합니다"

지난 11일 한 국내 매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해당 매체는 동남아시안게임(SEA) 축구 대회서 60년 만에 첫 우승을 선물한 박항서(61) 감독에 대한 소식을 전하면서 '박항서는 국부 호찌민과 동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베트남인이라고 밝힌 네티즌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항서 감독을 향한 존경과 사의를 갖는 건 사실이지만 한 국가의 아버지, '국부'라고 존경받는 인물과 비교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는 두 시간여 만에 수정됐지만 비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진=인터넷 캡처]


호찌민은 베트남민주공화국 독립을 선언한 1대 주석이다. 1910년대부터 1945년 2월 독립선언이 선포될 때까지 여러 나라를 돌며 베트남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베트남 전쟁 중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조국 통일을 염원했다. 베트남인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남베트남 수도였던 도시 이름 '사이공'을 아예 '호찌민'으로 정하고 국부로 모시면서 존경심을 표하고 있다. 

반면, 박항서 감독은 2017년 9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했다. 불과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박 감독은 지난해 12월 AFF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1월 2019 AFC 아시안컵 8강,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등을 이끌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 성적을 경신하며 베트남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이 '축구 영웅'으로 거듭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국부와 단순 비교하는 표현은 베트남인들의 심기를 건드릴 만하다.

베트남 매체도 한국 언론의 과도한 칭찬 화법을 꼬집었다. 베트남 한국 전문지 '통딘한꾸억'은 지난 11일 "한국 포털 사이트에 있는 박항서 감독 관련 기사가 베트남 온라인 커뮤니티를 화나게 했다"며 "과도한 과장은 박항서 감독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웅 만들기도 좋지만 비교 대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고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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