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동북아 국제정세와 세계질서에는 이전과는 다른 큰 변화가 있었다. 세계는 더욱 ‘불확실’하고 더욱 ‘예측불가’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동북아 국제정세를 이전과는 달리 크게 변화시킨 역할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고, 동북아를 포함하여 세계질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역할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필자는 특강이나 방송 등에서 지난 2년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예측불가’라는 성향이 전 인류의 IQ를 1~2% 정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이야기해 왔다. 지금은 두 사람의 ‘예측불가’ 성향에 대해 대부분 적응되었으니, 인류의 IQ도 올라갔을까?
새로운 세계질서, ‘트럼프체제’ 딜레마
구 소련 해체와 동구권 몰락으로 탈냉전시대를 맞이했던 지구촌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세계 유일무이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가 어떤 성향인가에 따라 세계의 정치⦁경제⦁안보 정세가 재편되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우리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고 있는 지금 충분히 확인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가 시작된 2017년 1월 20일 이후, 세계는 생소하고 예상치 못했던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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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특이한 이력과 특징을 요약하면 ▲역대 최다득표 공화당 대선주자 당선 ▲공화당 대선후보 중 역대 최다득표 대통령 당선 ▲최고령 취임(1946년 6월 출생, 만 70세 239일) ▲민주당 당원출신(약 9년) 공화당 대통령 ▲공화당(약 20년) 내의 아웃사이더 대선주자 및 대통령 ▲이민⦁인종⦁종교문제는 극우성향 ▲보수나 진보보다 포퓰리즘적 정치성향 ▲비즈니스 정치취향 등을 꼽을 수 있다. 분명 전문 정치인들도 경험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만의 개성과 특성이 미국과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다.
국가나 국제사회에 있어서, 일정한 정치 원리에 바탕을 둔 정형적인 질서의 전체적 경향을 ‘체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필자는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며 일종의 ‘포퓰리즘 비즈니스 정치관’으로 지구촌을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이전과는 명확하게 다르다는 의미에서 ‘트럼프체제’라고 명명했다.
미중무역전쟁의 당사자인 중국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제3자인 여타 국가들도 장기전이 될 미중무역전쟁과 다양한 형태로 더욱 가열될 미중패권전쟁의 영향권에서 각자 출구를 찾아야 한다. 트럼프 시대에 어떻게 ‘트럼프체제’에 적응하는가는 지구촌 전체의 고민이 되었다. 심지어 이 ‘트럼프체제 딜레마’는 미국 내에서도,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존재한다. 미국을 포함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자국에 유리할지 아니면 불리할지에 대한 각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트럼프체제 딜레마’의 출구는 없는가? 피할 수 없다면, 찾아야 한다.
한국의 ‘트럼프체제 딜레마’ 출구전략과 성과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핵심인 ‘미국위주 양자주의’는 ‘트럼프체제’의 핵심키워드이다. 미국은 구체적인 항목과 이유도 제시하지 못한 채, 동맹국인 한국에게 무려 5배에 달하는 주한미군 분담금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며, 상식적이지 못한 동맹분담금 요구는 미국 내에서도 반대에 직면했다. 동맹국을 일방적으로 힘으로 압박하는 ‘트럼프체제’는 이전과는 분명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트럼프체제 딜레마’에서 벗어날 새로운 출구가 필요하다. 출구전략의 양대 기본원칙은 ‘트럼프체제’와 상반되는 ‘자유무역체제’와 ‘다자상호주의’이어야 하고, 주변국과의 공동협력이 핵심 실천방향이다. 첫째,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 ‘한반도신경제구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둘째, 비록 ‘북미대화’의 교착상태로 진전이 없는 ‘한반도신경제구상’은 ‘신북방정책’과 함께 묶어서, ‘동북아공동체’의 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과 미래의 공동발전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신남방정책’의 성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3대 대외전략 중에서 현재 가장 활발한 것은 상대적으로 가장 늦게 출발한 ‘신남방정책’이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10개국과의 관계를 주변 4강(미⦁중⦁러⦁일) 관계의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신남방정책’을 발표한지 2년 만에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는 첫 한국 대통령으로서 아세안 10개국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현재 아세안 10개국은 이미 한국의 제2의 교역⦁투자⦁건설 파트너가 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21일 발표한 ‘2018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2018년 동남아 경상수지 흑자는 934억8000만 달러로 미국(247억1000만 달러) 중국(491억3000만 달러) 중남미(82억2000만 달러) 3개 지역을 합산한 것보다 컸다.
‘신남방정책’의 주요 파트너인 아세안 10개국의 인구는 약 6억 4천700만 명에 달하고, 국민총생산(GDP)은 이미 약 3조 달러로 세계경제의 6위에 해당한다. 한국은 남방국가 중에서 아세안,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호주, 뉴질랜드와의 FTA가 발효되었고, 인도네시아와 FTA를 타결했으며, 협상중인 국가에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있다. 또한 11월 4일에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16개국 중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의 협정문이 합의되었다.
‘자유무역체제’와 ‘다자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현재 한국은 최종 타결 기준으로 58개국과 18건의 FTA를 체결했고, 2022년까지 70여 개국과 FTA를 체결하여 전 세계 GDP의 90%와 FTA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록 ‘신북방정책’과 ‘한반도신경제구상’은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지만, ‘신남방정책’의 성과는 출구전략으로 참고할 만 하다.
동북아공동체의 필요성, 개념과 참여자 범위
필자가 앞에서 ‘트럼프체제 딜레마’와 ‘한국의 출구전략과 성과’를 설명한 것은 동북아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한 배경설명을 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동북아공동체의 필요성은 “‘트럼프체제 딜레마’의 출구찾기이자, 동북아의 영구평화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한마디로 충분하다.
동북아공동체의 개념은 “역내 국가의 ‘자유무역체제’와 ‘다자상호주의’를 통해 공동의 경제발전과 영구적인 평화정착을 역내 국가간에 ‘자주적’으로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반드시 완성시켜야 하는 시대적 사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신북방정책’을 연구하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국제관계 전문위원이기도 한 필자가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신북방정책'을 통해 북방지역 국가와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세 가지 이유가 동북아공동체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첫째, 유라시아 지역과의 협력은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보유하여 내재적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이는 한반도와 유라시아가 상호 보완적인 사업구조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한반도와 유라시아 경제협력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안보적 충돌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공동체의 참여자는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동북아 국제정세의 현실을 감안하여 세 단계 구성이 필요하다. 첫째, ‘출범준비단계’이다. ‘한⦁중⦁러⦁몽’의 4개국이 우선 기본 틀을 잡고, ‘동북아공동체 출범 선언’으로 준비과정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역내완성단계’이다. ‘북미대화’의 진전에 따라 ‘4+1(북한)’, ‘4+2(북한, 미국)’, ‘4+3(북한, 미국, 일본)’이 단계적 혹은 함께 참여하는 확장단계가 필요하다. 셋째, ‘확대완성단계’이다. 동북아공동체는 사실상 2단계인 6개국(한⦁중⦁러⦁몽⦁북⦁일) 혹은 미국이 참여하는 7개국이 참여하는 것이 기본적인 완성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공동체가 완성되어 공동협력이 정착되면, 외연확대가 필요하다. 즉, 북방국가들과의 유라시아 협력체계 완성이 최종 목표가 될 필요가 있다.
외연확대의 필요성에 따라, 추가 참여국에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몰도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공화국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초기 동북삼성(요녕성⦁길림성⦁흑룡강성)에서 북한의 참여로 실질적인 동북아경제공동체가 가동될 시점에는 내몽고자치구, 하북성, 산동성, 천진시 및 북경시를 포함하고, 해양협력을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로 절강성, 강소성, 상해시 등을 협력의 대상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공동체는 한중협력 주도로, 다자협력은 RECP 협력경험 참고해야
동북아공동체가 완성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의 시장개방이고, 둘째는 누군가 주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핵문제’로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있지만, 북한의 시장개방에 대비하여, 한중 양국이 동북아공동체를 주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을 성공시킨 40년의 경험이 있고, 한국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최단시간 내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발전을 이룬 경험이 있다. 동북아공동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영구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다자협력이다. 한중 양국의 발전경험과 양국의 경제협력 경험은 북한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고, 북한의 참여는 동북아공동체를 완성하는 핵심적인 동력이 된다.
한중 양국은 세 가지 측면에서 동북아공동체를 주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력과 능력 및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첫째, 냉전 시대를 전후로 현재까지 동북아 국가 중에서 한중 양국은 ‘정경분리원칙’으로 서로 다른 체제에서 놀라운 경제협력의 성과와 풍부한 협력경험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북한, 몽고 및 일본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경험이 부족하다. 둘째, 동북아공동체는 북한의 참여가 필요하고, 한중 양국은 ▲검증된 발전모델 제시 ▲충분한 발전경험 조언 ▲대규모 투자능력 ▲산업기반 구축의 기술능력 등, 북한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모든 요소들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은 ▲한중과의 지리적 조건 ▲중국과의 사회주의체제 동질성 ▲한국과의 한민족(韩民族) 동질성으로 남·북·중 경제협력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급속한 발전모델을 성공시킬 수 있다.
한중 양국의 협력으로 앞에서 언급했던 동북아공동체의 ‘출범준비단계’를 서둘 필요가 있다. 이는 ‘트럼프체제 딜레마’에 대한 공동의 출구전략이자 한중 양국이 각각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협상카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후의 다자협력은 앞에서 언급했던 3단계, 즉 ▲출범준비단계(한⦁중⦁러⦁몽 4개국 참여) ▲역내완성단계(한⦁중⦁러⦁몽⦁북⦁일 6개국, 혹은 미국의 선택에 따라 7개국 참여) ▲확대완성단계(중앙아시아 국가 추가 참여)의 과정으로 다자간 협력체계를 추진해야 한다.
동북아공동체의 실제 구축과 운용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다자간 협력의 구체적인 사례로는 11월 4일 태국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으로 발표된 ‘RCEP 협정문' 합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비록 인도가 협정문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번 합의는 인도를 포함한 16개국 모든 참가국의 노력으로 성과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중 양국도 다자체제에서의 협력 경험을 공유했고, RCEP에서의 한중협력 경험은 동북아공동체에서도 발휘되어야 한다.
필자가 언급한 동북아공동체 3단계 구축 과정을 참고하고, 한국의 신북방정책, 중국의 일대일로와 동북진흥정책,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등과 같은 동북아 국가의 각국 국가전략을 종합한 뒤, 구체적인 운용 방안은 ‘RCEP 협정문’에서 합의한 20개 항목의 내용을 참고하여 동북아 지역에 맞는 내용으로 수정 보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RCEP 협정문’의 20개 항목에는 ▲상품 ▲무역구제 ▲서비스(금융⦁통신⦁전문 서비스 부속서) ▲인력 이동 ▲전자상거래 ▲투자 ▲원산지 ▲통관 ▲위생⦁검역 조치 ▲기술규제⦁적합성 평가 ▲지식재산권 ▲경쟁 ▲정부조달 ▲중소기업 ▲경제기술협력 ▲총칙 5개(예외⦁분쟁 해결 등) 등이 있다. 각 항목의 협정문은 모두 타결되었고, 상품⦁서비스⦁투자 시장개방 협상은 막바지 단계로 일부 국가 간 합의만이 남았으며, 전면적 개방에 부담을 느끼는 인도의 참여를 포함, 최종 마무리 협상을 통해 2020년에 서명할 것에 합의했다. 2020년에 인도를 포함 RCEP 협정이 최종 타결되면, 세계 인구의 48%(약 36억 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2%(약 27조4000억 달러), 세계 교역의 29%(약 9조6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FTA가 탄생하는 것이다. 동북아공동체는 RCEP의 사례와 특히 한중 양국의 RCEP 협상과 타결과정에서의 협력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동북아공동체 구축의 도전과 극복, 두 가지 고민을 해결해야
1) 3대 딜레마 해소, ‘4자회담’을 추진해야
동북아공동체의 구축을 위해 동북아 국가간에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갈등요소이자 도전 과제로는 ▲북핵딜레마 ▲사드딜레마 ▲냉전적 안보딜레마 ▲영토분쟁딜레마 ▲과거사딜레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영토분쟁딜레마와 과거사딜레마는 세대를 뛰어넘는 보다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논쟁의 현상유지와 함께 다음 세대나 그 이후의 문제로 미룰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앞의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북핵딜레마’에 대한 해법을 고민을 해야 한다. 중국은 북중관계의 딜레마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북핵문제와 북중관계의 ‘이중 딜레마'에서 중국의 고민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핵을 가진 북한이 중국에게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북제재의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북한에 대한 일정 정도의 통제와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은 북핵문제와 북중관계의 이중딜레마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 북핵딜레마의 해소는 사실상 사드딜레마의 해소와 관련이 있다. 결론은 ‘남⦁북⦁미⦁중’의 ‘4자회담’으로 북한의 우려를 해소하고, 동북아공동체 추진으로 공동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는 사드딜레마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사드딜레마는 한중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한국 국민은 지금까지 일본보다 중국을 가장 미워하는 국가로 지목했다. 한중관계는 사드보복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고,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과 대외정책은 다음과 같이 전환되었다. 첫째, 한국의 여론은 “더 이상 중국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하지 않으며, 일본보다 중국을 싫어한다.”로 변화했다. 둘째, 한국은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라는 전략적 사고의 전환이 생겼다. 셋째, 한국의 경제와 외교정책에서 “중국의 우선순위는 거의 배제”되었다. 넷째, 한국의 국가전략은 “안보는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의 ‘투 트랙 강화’, 경제는 ‘시장다변화’”로 전환되었다. 다섯째, 한국은 ‘4강 외교’에서 ‘아세안’과 ‘EU’를 중시하는 ‘5강 외교’ 및 ‘6강 외교’로 전환되었다.
사실상 사드문제는 북핵문제와 관련된다. 한중의 사드딜레마는 양자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핵문제와 함께 ‘남⦁북⦁미⦁중’의 ‘4자회담’으로 함께 풀어야 한다. 한중은 ‘4자회담’ 참여를 통해 북핵딜레마와 사드딜레마를 함께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중 양국의 갈등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미국과 북한이며, 주변국인 일본과 러시아에게도 이득이 된다. 북핵딜레마와 사드딜레마에서, 한중 양국이 계속해서 갈등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한중 양국 스스로 최대의 피해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4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와 사드문제의 동시 해결 시도는 네 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첫째, 북한을 동북아공동체에 참여시키기 위한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둘째, 동북아공동체 구축을 위한 한중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셋째, ‘트럼프체제 딜레마’에 대한 대응카드와 출구전략 찾기에도 유리하다. 넷째, 일본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다.
북한이 불안해 하는 체제안정 보장과 희망하는 경제발전의 지원에 대한 역할은 ‘북미대화’에 한중 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으로 문제의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 한중 양국은 각각 당사자와 관련자의 입장에서 북미대화의 ‘긍정적 조정자’ 역할로 북핵문제의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
세 번째는 냉전적 안보딜레마의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필자가 언급하는 냉전적 안보딜레마란 ‘북⦁중⦁러’의 ‘북삼각 협력’과 ‘한⦁미⦁일’의 ‘남삼각 협력’의 냉전적 대립 구도를 의미한다. 이는 북핵문제와 사드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부수적인 딜레마에 불과하다. 전통적⦁냉전적 사고는 지금이라도 미래지향적 사고의 전환으로도 해결될 수 있다. 이는 자극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각국의 강경파와 특히 일부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강경파와 일부 언론은 제발 좀 자중해야 한다.
2) 피동적 한중관계, 이대로 좋은가?
동북아 국가의 양자관계와 다자관계의 발전을 해치고 방해하는 동북아공동체의 실질적인 ‘주적(主敵)’이자, 대화와 협력을 방해하는 ‘주적’은 누구일까?
첫째, 그것은 각국에 있는 충동적⦁소아적 사고를 가진 강경파들이다. 강경파들이 득세하여 정치와 언론을 장악하였을 때,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고, 가짜 뉴스와 선전 선동에 전체가 휘둘리는 카오스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경제전쟁과 정치적 갈등으로 카오스의 함정에 빠진 동북아의 공동의 적은 각국에 포진해 있는 강경파이다.
동양정치의 장점은 유연성이고, ‘중용(中庸)의 도’가 오랜 미덕(美德)으로 존재했다. 민족주의, 국수주의,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강경파의 의도는 분열을 통한 사적인 권력장악이 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평화와 공동번영을 해친다. ‘트럼프체제 딜레마’는 서양식 패권주의 사고와 강경파의 소아적 이익추구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사드딜레마’와 ‘북핵딜레마’도 동양적 정치철학과는 거리가 있다.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는 협력을 기초로 하는 ‘중용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모든 딜레마의 근원은 강경파로부터 비롯된다.
둘째, 피동적 사고이다. 북핵문제와 사드문제에 있어서, 한중관계는 주변국의 조정과 위협에 너무 피동적으로 휘둘렸다. 이제는 갈등의 핵심과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 한중관계, 정말 이대로 계속해서 주변국에게 이용당하고, 이대로 정체할 것인가? 주도적인 사고와 협력으로 주변국에게 이용당하고 휘둘리는 국면의 돌파를 시도할 때가 되지는 않았는가?
피동적인 태도와 방어적인 자세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적극적인 협력으로 주도적 역할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딜레마에서 출구를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이다. 방어적이고 피동적인 사고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 당시 냉전 대립을 종식시킨 구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자 초대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추진과, 시대적 흐름을 읽고 ‘한중수교’를 결정하고 결행했던 시대를 뛰어넘은 ‘덩샤오핑’의 결단과도 같은 신사고(新思考)가 필요하다. 동북아공동체 추진은 신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신념과 의지를 통해서 완성할 수 있다. 동북아공동체, 필요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피동적 사고와 강경파의 경직된 사고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