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칼럼] 홍콩, 동방의 ‘진주’가 ‘흑석(黑石)’이 되나

2019-11-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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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이사장]



동방의 진주, 홍콩이 거의 반년 동안 불타고 있다. 11월 17일 홍콩이공대학 시위는 6월 9일부터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올해 홍콩우산혁명의 제24주차 주말시위였다. 시위대와 진압부대의 ‘강 대 강’ 대립이 5개월을 넘었지만, 지난 주말 진압부대와 시위대 대립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홍콩은 동방의 빛나는 ‘진주’에서 빛을 잃은 ‘흑석(黑石)’으로 묻힐 것인가?

올해 가장 ‘강 대 강’으로 맞붙은 홍콩이공대학 시위현장

우선, 진압부대는 기존에 사용하던 진압봉, 고무탄, 최루탄, 최류액 분사기, 물대포 이외에도 처음으로 음향대포를 등장시켜 시위대를 위협했다. 진압부대에서 시위대를 정조준 하여 실탄을 발사하는 모습도 포착되었고, 이전과는 달리 착검을 한 경계병이 포착되기도 하였다.

장갑차에 장착된 육각형 모양의 음향대포는 최대 500m 거리에서 150dB 안팎의 음파를 쏘는 방식으로, 음향대포에 맞으면 고막이 찢어질 듯한 통증과 함께 구토와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고, 최악의 경우 청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한다. 중국공산당(중공, 中共) 당국의 조기진압 요구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홍콩행정부는 이번 홍콩이공대학 시위 진압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강경진압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반면에, 시위대는 이전과는 달리 투석기를 사용하여 화염병과 돌을 던지고, 활을 이용하여 불화살을 날리면서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쏜 화살에 경찰이 첫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진압부대가 강경한 진압작전으로 홍콩이공대학 진입을 시도하자, 시위대는 ‘염산폭탄’을 만들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월요일인 11월 18일까지 밤새 이어진 시위대와 진압부대의 공방전은 지난 150일간의 시위 중에서 가장 최고 수준의 ‘강 대 강’ 충돌 양상을 보였다. 홍콩이공대학 진압에서 학교 내에 있던 600여명의 시위대를 포함하여, 11월 18일 하루 동안 홍콩에서는 무려 1100여명이 체포되었다. 여기에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진압부대의 홍콩이공대학 진입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거나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홍콩이공대학 부근에 있던 의사, 간호사, 학부형, 기자 등도 포함된다.

인민해방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 중공

중공이 최근 강경진압을 준비해 온 구체적인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시진핑 주석은 해외 방문에서 이례적으로 홍콩사태를 언급하며 강경진압을 언급했다. 시주석은 그리스 국빈 방문(11월 10~12일) 기간과 브라질 브릭스(BRICS) 정상회의(11월 13~14일)에 참석한 기간 중에 내정문제인 홍콩사태 조기진압을 언급했고, 중공 당국은 바로 대책에 나섰다.

11월 15일, 홍콩·마카오 공작협력소조 한정(韓正) 조장 겸 상무부총리와 부조장이자 홍콩치안 총괄인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 천원칭(陳文淸) 국가안전부장, 유취안(尤權) 전략부장 등 정치국 위원 6명이 홍콩과 인접한 선전(深圳)에서 홍콩사태 대책회의를 열었다.

11월 16일, 홍콩 주둔 중공인민해방군 특전부대가 홍콩의 거리청소를 나선 것은 홍콩시위대에게 ‘진압작전 투입 경고’로 해석된다. 이들은 중공인민해방군 서부전구 76집단군의 '쉐펑특전여단' 소속 중국내 최강의 대테러 부대이다.

11월 17일, 중국 공안당국이 홍콩과 인접한 광저우(广州)에서 약 100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테러 진압훈련을 한 점이다. 훈련에는 대 테러 특수대응팀을 비롯해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남방전력망공사 등 11개 단체도 참가했다고 한다.

11월 18일, 오전 광저우에서 심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100여대가 넘는 시위진압용 장갑차와 각종 관련 차량이 이동하는 장면이 대중들에 의해 촬영되어 SNS상에서 공개되었다. 이 차량들의 최종 목적지는 선전(深圳)을 경유하여 홍콩이 목적지일 확률이 높다.


시위대의 입장에서 보면 몇 가지 희망적인 사안들이 있다. 첫째, 11월 18일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홍콩고등법원이 복면금지법에 대해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에 근거하여 위헌 판결을 내렸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1922년 영국이 식민지 시대에 만든 ‘긴급법’을 근거로 발동한 복면금지법은 이로서 타격을 받게 되었다.

둘째,  ‘홍콩인권법’이 美 하원에 이어 美 상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양원은 조율을 거쳐 최종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홍콩인권법’이 발효되면, 미국은 매년 중공당국이 홍콩을 억압하는지를 살펴보고, 홍콩이 누리고 있던 관세와 투자 및 무역 등에 관한 특별지위 상실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홍콩의 특별지위 상실은 중국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셋째, 미국과 영국 및 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홍콩사태가 강경진압으로 홍콩의 자치권이 더욱 악화될 경우 서방의 중국견제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넷째, 홍콩시위에 그 동안 침묵하며 지켜보던 직장인, 화이트칼라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위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시위대의 주력인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학부형들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당국의 강경진압이 거칠수록, 이로 인하여 희생자가 생길 수록, 시위에 전문가 집단과 시민 및 중산계층의 직간접적인 참여가 늘게 되고, 강경진압은 민중들의 더 큰 반발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한 바가 있다.

대화와 약속, 중공과 홍콩의 미래가 되어야

복면금지법에 대한 홍콩고등법원의 위헌 판결에 대해, 중공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반발했다. 북경의 ‘전인대’는 ‘홍콩기본법’ 제158조의 “기본법에 대한 최종 해석권은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가 보유한다”라는 조항을 들어, 11월 19일 오전 “홍콩고등법원은 복면금지법 위헌 판결 권한이 없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에서 이는 모순이다. 첫째, ‘홍콩기본법’ 제2조의 “고도의 자치 및 행정․입법과 최종심을 포함한 독립된 사법권 향유”라는 조항과 상충된다. 둘째,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과 특히 ‘일국양제’ 원칙으로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나머지 행정은 50년간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기본원칙에도 상충된다. 따라서 홍콩고등법원의 판결에 우선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중국에게 홍콩의 전면통제는 조기 흡수통일과도 같고, 이는 ‘일국양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대만의 ‘일국일제’ 주장이 힘을 받는 이유가 된다.  ‘일국양제’의 가치는 ‘자치권 보장’이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 이 모순에 대한 출구는 간단하다. 중공은 이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홍콩을 조기 흡수하면 중공에게 이득인가?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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