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이 있는 사람은 왠지 모르게 위대해 보이지만, 그 사람은 자신의 과거 의견을 계속 가지고 있을 뿐 그 시점부터 정신 또한 멈춰 버린 사람에 불과하다. 결국 정신의 태만이 신념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옳은 듯 보이는 의견이나 주장도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반복하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고를 수정하여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니체가 한 말이라고 한다. 이 세상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리고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설혹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니체의 말처럼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반복하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고를 수정하지 않으면 그의 생각은 화석처럼 되고 만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오로지 자기 생각만이 옳다며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들의 생각에는 도무지 ‘상대의 주장에도 받아들일만한 것은 없는가?’하는 유연함이 자리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
서양의 니체만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동양의 논어 학이편에도 그와 비슷한 말이 나온다고 한다. “바르게 배운 사람일수록 자신만 옳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배움이 깊을수록 완고해지지 않는 것이다. 달리 말해 완고한 사람이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다.” 그렇다! 제대로 배워야 한다. 자기 생각과 맞는 것만 받아들이고 다른 것은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 자기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도 검증도 하지 않고 그대로 믿는 사람들, 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나이만 먹는 사람들은 오직 세상을 자기의 잣대에만 맞춰보는 완고함으로 차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겉으로는 신념이 가득찬 표정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초의선사는 말한다.
"세상은 낡은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은 나이 들어 낡아가고 있으면서 늙어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늙어감은 금강석처럼 찬란하고 향기로운 무게를 더하면서 견고해지고 새로워지는 일이고 값진 일이지만, 낡아가고 있는 것은 썩어 소멸해가는 것이고 미망 속으로 떨어지는 것이고 냄새나고 추한 것이었다.”
확신에 찬 사람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 옆을 지나면서, 초의선사의 말이 언뜻 떠올랐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코를 쥐기도 하였다. 광화문 광장에 냄새나는 추한 것들이 사라지고, 화동(和同)의 축제의 장이 열리는 그 날은 언제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