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승계 닮은 허창수・박용만, 전경련・대한상의선 다른 고민

2019-12-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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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탈퇴한 현대차ㆍSK, 대한상의 행사에 정의선ㆍ최태원 참석

文 정권서 위상 역전…허창수 회장 ‘유종의 미’ 과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 오른쪽 세번째)이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고위인사 대화' 개최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최근 사임을 확정하면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같은 듯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두 인물은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고도 경제인단체장을 맡고 있지만 정권 태도가 온냉으로 나뉘어 고민이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3일 GS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사임을 공식화했다. 대신 동생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새 회장에 추대됐다. 허창수 회장 임기가 2년 남았지만 평소 소신대로 혁신을 위해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그룹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GS건설 회장직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직도 계속 이어간다.

그의 행보는 2016년 조카 박정원 회장에게 자리를 내준 박용만 회장과 닮았다. 그리고 박용만 회장은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직을 맡고 있다. 

◆전경련 탈퇴 기업 회장들, 대한상의 행사로

허창수 회장과 박용만 회장이 맡은 경제단체 위상은 차이가 크다. 박용만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는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에서 한국 주요 기업 회장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 김도진 기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상의는 행사를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와 공동 주최하고 추궈홍 주한중국대사를 앉혀 공동선언문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위원단은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타결을 지지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시너지를 통한 한·중 기업 제3국 진출 등도 논의했다. 한국 측 위원장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맡았다. 제3회 고위급 기업인 대화는 내년 중국에서 열린다. 대한상의가 정부의 공식 재계 소통 채널로 부상한 모습이다.

박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정치권에 규제 해소와 관련한 작심 발언을 이어왔다. 지난 9월에는 부산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를 앞두고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됐다”며 “기업과 국민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느냐”고 말해 화제가 됐다. 10월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경제 4단체장 오찬에서 대대적인 규제 혁파를 건의했다.

반면 전경련 위상은 이번 정부 들어 축소됐다. 청와대는 10월 오찬에 박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초청했지만 허창수 회장은 부르지 않았다.

올해 문 대통령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연 신년회에도 전경련은 초대받지 못했다. 청와대가 지난 3월 벨기에 필립 국왕 초청 국빈 만찬에 허 회장을 GS 회장이 아닌 전경련 수장 자격으로 초청한 점은 예외로 남았다. 당시 관련 일정을 전경련과 벨기에 측이 준비했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는 대한상의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으로 재계와 소통하고 있으며 전경련을 소통 창구로 활용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적폐 집단으로 몰리면서 2017년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회원사를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이들 그룹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대한상의 행사에 참석한 점과 대조된다.

전경련은 박 전 대통령 2심 선고 당시 미르・K재단 설립에 관여한 인물을 제외한 전경련 일부 임직원들이 직권남용・강요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이를 강조하는 대신 묵묵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오른쪽)과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왼쪽)이 11월 15일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제28회 한일재계회의'와 관련해 기자회견 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文 임기 내 위상회복, 가능성 낮지만···

청와대의 냉대 속에서도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의 민간 외교 역량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15일 도쿄에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와 제28회 한일재계회의를 열고 민간교류·협력 방안이 담긴 공동성명을 냈다. 10월에는 미국에서 31차 한미재계회의를 열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제외를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냈다. 허 회장은 4월 작고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이어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8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10대 기업 관계자 간 비공개 조찬에도 전경련이 다리를 놓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월과 9월 전경련회관에서 경제 정책 관련 간담회를 열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관측됐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 2월 전경련 회장에 4연임됐다. 임기는 2021년까지다. 2011년부터 시작한 임기를 10년간 이으면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같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8년간 전경련의 발전과 난관을 두루 겪은 그는 GS그룹을 3배 키운 저력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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