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자율주행 사업을 논의한다. 정체기에 돌입한 중국 시장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정 부회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 조만간 중국 최대 '자율주행 도시'인 상하이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고위인사 대화’에서 가오 홍빙 부회장과 만나 자율주행 사업을 논의하고, 추후 만남을 약속했다. 특히 가오 홍빙 부회장은 정 부회장에게 중국 내에서 진행되는 자율주행 사업을 설명하고 인공지능(AI)기업으로서 강점을 어필했다.
중국은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3대 공룡 정보기술(IT)기업이 끌어가는 'AI 생태계'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이 가운데 알리바바는 샤오펑모터스와 협업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알리바바와의 협업은 필수다. 현대차가 고전 중인 중국 시장을 확장하고 제조업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가오 홍빙 부회장은 행사 이후에도 정 부회장과 만나 "알리바바가 자율주행 등 사업을 잘 한다"며 "협업할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다음에 찾아가서 저희 사업의 전반적인 것을 설명드리겠다"고 답했고, 가오 홍빙 부회장도 "다음에 만나면 제가 질의를 해도 되냐"고 묻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 부회장은 중국 측 정부 관계자에게 상하이에서 매년 개최되는 AI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번 만남으로 현대차와 알리바바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진행 중이고,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의 일부 물량을 알리바바와 협업해 온라인 판매 중이다. 알리바바가 가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서 강점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알리바바와 자율주행 사업을 협력하게 된다면 현대차의 중국 내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가 자율주행 기술까지 빠르게 사업을 확장 중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현재 중국 샤오펑모터스와 손잡고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내년 고속 자율주행 모드가 장착된 자동차를 양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
◆ '최대 자율주행도시' 상하이 방문 약속한 정 수석부회장
가오 홍빙 부회장은 정 부회장에게 중국 내 자율주행 사업 현황도 설명하며 "상하이에서는 자율주행이 활발하다. 그중에서 상하이자동차(SAIC)가 자율주행 사업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는 중국 최초로 일반 도로에서 승객과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의 운행이 허가됐다. 다만 현재 SAIC와 BMW, 중국 헤일링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만 자율주행차량 시범 운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향후 현대차가 알리바바와 협업하게 되면 기술 강점을 통해 중국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래 모빌리티 확장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차는 부진한 중국 시장을 만회하기 위해 미래 모빌리티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1~8월 중국 승용차 판매량(소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했고, 현대차 판매도 올해 들어 2.3% 줄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