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끝’, 정의선식 현대차 온다... ‘시장 선구자 변모 선언’

2019-1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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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6년간 61조 투자... 미래차에 30% 이상 투입

지난 1년간 공격적 투자 통해 가능성 엿봐... 조직 변화도 영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25년까지 회사를 시장 ‘선구자’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후발자’로서 쫓는 데 적합했던 ‘군대식 조직 문화’를 최근 1년간 혁파하고, 창의적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주력한 바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선구자로 올라서기 위한 포석이다. 이제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새로운 도약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2025년까지 6년간 61조 투자... 미래차에 30% 이상 투입
현대차는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25 전략’과 중장기 ‘3대 핵심 재무목표’를 밝혔다.

2025 전략에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2대 사업 구조로 전환을 통해 오는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3대 전동차 제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를 뒷받침하기 향후 6년간(2020년~2025년) 총 6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2025년 현대차의 영업이익률 8% 달성, 글로벌 시장 점유율 5% 확보 등과 함께 3대 핵심 재무목표다.

지난해 9월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을 본격적으로 이끌면서 내세웠던 ‘미래차·수익성 확대·기반 안정’이라는 세가지 키워드가 그대로 담긴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당시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총 투자액 중 3분의 1가량(20조원)을 전동화, 자율주행·커넥티비티·인공지능(AI)·로보틱스·개인용 비행체(PAV)·신 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에 투입한다는 점이다. 무주공산인 시장에서 현대차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투자는 현대차가 지난 2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공개한 5개년(2019년~2023년) 투자계획 45조3000억원보다 무려 34.9%나 증가한 액수다. 미래사업 역량 확보 차원의 전략지분 투자 등이 늘면서 전체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간 공격적 투자 통해 가능성 엿봐... 조직 변화도 영향
지난 1년간 미래차 부문의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그 가능성을 엿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업계의 판도를 바꿀 5조원 규모의 ‘완전자율주행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의 차량용 전장업체 ‘앱티브(APTIV)’와 공동으로 각각 20억 달러, 총 40억 달러(약 4조780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한 것이다. 합작법인은 2022년까지 최고 성능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및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에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사업 파트너사인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에 전략투자를 통해 독보적인 자율주행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EV) 업체인 '리막 오토모빌리'에 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고, 고성능 EV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기반 통합 제어기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으며,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에도 참여하고 있다.

조직도 미래차 기업에 적합하게 변화한 것도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1년간 미래를 위한 변화를 가속하기 위해 ‘창의성과 유연성, 책임성 있는 조직’에 방점을 두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7월 R&D본부의 조직체계 개편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그룹은 R&D본부의 조직체계를 △제품통합개발 △시스템부문(4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담당 등 총 세 개 담당으로 재편했다. 기존에는 설계·전자·차량성능·파워트레인(PT) 등 5개 담당의 병렬 구조로 운영된 바 있다.

복장 자율화, 출퇴근·점심시간 유연화 등 아래로부터 혁신을 위한 작업도 이어졌다. 현대차는 올해 기존 6단계이던 임원 직급을 4단계로 축소했다. 지난 9월부터는 일반직 직급은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고, 호칭도 ‘매니저·책임매니저’로 통일했다.

‘순혈주의’를 추구했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외부 인사 영입을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현대차 사내이사에 오른 알버트 비어만 R&D본부 사장이 상징적인 사례다.

이후 외부 인재 영입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실제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9월 람보르기니 등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해 온 필리포 페리니 디자이너를 유럽제네시스 선행디자인 스튜디오 총책임자(상무)로 영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언제나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고객 모두의 삶을 가장 가치 있는 순간으로 이어주는 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열린 현대자동그룹과 앱티브의 합자법인 설립 본 계약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케빈 클락 앱티브 최고경영자(CEO)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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