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 위축세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 여파가 전기차 시장에 찬 바람을 몰고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BAT 선택 받은 업체들···판매부진·논란 등으로 ‘몸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전 수장 마윈 회장은 지난해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지분 10% 이상을 사들였다. 들어간 자금은 약 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샤오펑과 손을 잡고 차량 기반 인터넷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게 마윈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샤오펑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발목을 잡았다. 지난 3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기술탈취 혐의로 샤오펑으로 이직한 전직 직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는 전직 직원 차오광즈가 샤오펑으로 이직하기 전 자사 오토 파일럿 기술과 관련된 파일 30만건 이상을 복제했다고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수사당국이 샤오펑으로 이직하려는 전직 애플 엔지니어 장샤오랑을 기소했다. 애플이 보유한 자율주행차 회로기판의 비밀 청사진을 개인 랩톱에 다운로드하는 등 영업 기밀을 훔쳐서 샤오펑에 공유하려 했다는 혐의다.
샤오펑은 이들의 위법 행위 여부를 알지 못했다며 제3자의 지식재산권과 기밀정보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논란이 샤오펑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 검색포털 바이두 리옌훙 회장의 선택을 받은 WM모터스도 지난 9월 볼보의 중국 파트너사 저장지리신에너지상용차그룹(이하 지리그룹)과 저작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지리그룹은 WM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21억 위안(약 35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고 WM은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바이두는 WM의 지분 13%를 소유하고 있다.
텐센트 마화텅 회장이 투자한 일명 ‘대륙의 테슬라’ 니오(NIO)도 판매량 하락과 자금 부족 등으로 위기에 놓여있다. 니오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질주했지만 올해 발생한 배터리 발화·발연 사고 등으로 판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니오는 지난 2분기에는 4억69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텐센트가 1억 달러를 긴급 투입했지만 그달 직원의 20%를 감축하기까지 했다.
◆中 자동차 시장 부진과 전기차 보조금 삭감으로 위기
중국 자동차 시장 부진과 당국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도 문제다. 승승장구하던 중국 전기차 시장에는 최근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0월 중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4.2GWh로 전년 동월 대비 35.5% 줄었다. 올 들어 7월까지 매월 증가하다가 8월부터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달 중국 전기차 판매량도 전년 대비 37.3% 줄어들어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조치와 경기 침체 확산 등으로 현지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과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라는 해석이다. 니오의 윌리엄 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많은 전기차 업체들은 보조금 삭감 이후 매출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싱가포르 DBS그룹홀딩스의 레이첼 미우 애널리스트는 "보조금 축소와 경기침체 등 시장 위협 요인이 그대로 남아 있어 현지 전기차 판매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올해 중국의 누적 배터리 사용량 성장 폭이 대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