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침체의 근원은 한마디로 ‘위축된 소비심리’로 귀결된다. 코로나 봉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족,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심화 등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여건이 부동산과 주식시장 침체로 이어졌다. 이는 중국 중산층의 자산가격 붕괴로 이어졌고 시장의 유동성이 고갈되니 산업생산이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고용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중국 경제 침체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은 소비 진작과 촉진을 통해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의 중국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절대적이다. 2023년 중국 경제성장률 5.2%의 기여도를 보면 소비가 82.5%, 투자가 28.9%, 순수출이 -11.4%로 14억 중국인의 소비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2024년 상반기 현황을 보면 소비 60.5%, 투자 25.6%, 순수출 13.9%로 점차 소비 비중이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1분기 GDP 성장률 5.3%에서 2분기 4.7%, 3분기 4.6% 등 성장률 하락의 원인도 결국 소비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3분기의 경우 집적회로(IC·22%), 자동차(전기차 포함, 22.5%), 가전(15.5%) 중심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하면서 떨어진 소비 비중을 메운 셈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약속한 금년 5% 내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 4분기 성장률을 4.8~5%대로 방어할 수 있느냐이다. 결국 10월 국경절 연휴, 11월 11일 광군제, 12월 12일 솽스얼 쇼핑시즌을 통해 소비기여도를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10월 1일 국경절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4일 1차 경기부양책을 부랴부랴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리 인하의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1차 경기부양책을 시작으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회복과 지방부채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며 경기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그 결과 소비 관련 지표도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다. 지난 10월 통계를 보면 소매판매가 4조5,396억 위안(약 879조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하면서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6회째를 맞이한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11월 11일 광군제 행사기간 매출액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정부 부양책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해 예전 대비 일주일 이상 앞당겨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11일까지 거의 한 달간 진행되었다.
첫째, 가전제품과 3C 제품의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광군제 거래액 기준 1위가 가전제품으로 1930억 위안(약 37조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 증가했고, 2위는 3C 제품(컴퓨터, 통신 및 소비자 가전)으로 1706억 위안(약 33조2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 증가했다. 기존 낡은 제품을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면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구환신 정책과 추가적으로 톈마오∙징둥 등 플랫폼별 할인 판촉 행사를 통해 가전, 가구와 냉장고∙세탁기∙TV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광군제 기간 대표적인 가전제품 유통기업인 쑤닝 이고우(苏宁易购)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7% 증가하는 등 가전기업 대부분 매출액이 증가했다.
둘째, 각 지방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광군제 기간 비야디(BYD), 테슬라의 전기차 및 중국산 SUV 차량 판매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10월 국경절 연휴기간부터 시작된 자동차 판매 증가세가 광군제를 기점으로 11월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지방정부가 자동차 보조금 지원정책을 확대하면서 자동차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11월 1일 상하이시는 상하이 상무위원회 등 5개 부처 공동의 <상하이시 진일보한 자동차 이구환신 보조금 지원정책 실시세칙>을 발표하며 자동차 소비 진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10월 자동차 소매판매량이 총 226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전월 대비 7.3% 증가했고, 11월도 광군제 할인행사와 지방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240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광군제를 기점으로 매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1월 첫 째주 일일 평균 판매량이 5.67만대, 둘째 주 7.71만대, 셋째 주 8.14만대로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셋째, 패션과 뷰티제품의 수요가 다시 회복되는 추세다. 광군제 기간 패션제품 거래액이 1684억 위안(약 3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4%, 뷰티 및 생활용품이 963억 위안(약 18조64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 성장하면서 여성 소비제품군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선호하는 패션의류 및 뷰티 브랜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적극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광군제 소비자 분포를 보더라도 여성이 67.8%로 남성(32.2%)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층도 26-29세가 34.1%, 31-40세가 31.5%로 20·30대 직장인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0월 국경절 및 11월 광군제 소비 증가세가 12월까지 지속될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지만 시간차를 두고 지난 5차에 걸친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다. 12월 발표될 11월 소매판매 증가율에 따라 4분기 경제성장률 예측도 가능할 수 있다. 만약 정부 예상치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결국 12월 개최될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추가 경기부양책의 방향과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 이력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