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금품을 받고 감찰을 무마한 것(뇌물)이 아닌 이상 적용이 가능한 죄목은 직무유기가 사실상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직무유기는 처벌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적용이 엄격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률전문가인 검찰이 이 점을 모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검찰이 최근 수사력을 집중해 이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에는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모 건설업체와 연결된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항공권과 골프채, 자녀 유학관련 편이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10월경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도 이런 의혹이 접수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제를 공론화한 김태우 전 특감반원(전 검찰수사관)이 접수시킨 고발장은 물론 박형철 공직기강비서관이 최근 검찰에서 한 진술에도 비슷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전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감찰이 시작됐지만 유 전 부시장이 감찰을 거부하고 출근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사건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것. 어쩔 수 없이 2018년 3월 민정수석실 회의에서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는 설명이다.
사실관계에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감찰을 시작했고 비위가 포착됐으며 검찰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가 지어졌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감찰무마‘가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해도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해봤자 직무유기가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직무유기가 처벌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단순히 게을렀다거나 직무수행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공무원이 공법상 의무를 고의적으로 의무를 유기(버림)해야 처벌대상이 된다.
최근 사례를 보면 성폭력 가해자의 체액이 묻은 속옷을 증거물로 제출하지 않은 경찰관도 무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기 때문에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부적절하더라도 일단 일정 수준이상 일처리를 했다면 징계 대상이 될순 있지만 형사처벌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허윤 변호사(대한변협 대변인)은 “한때 국정농단 사건 때 떠돌았던 소문처럼 대통령이 근무시간에청와대 내 관저에서 잠을 잤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직무유기는 처벌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정책실장, 혹은 그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면 상황은 새롭게 전개될 수도 있다.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는 건 물론이고, 심한 경우라면 탄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처벌이 쉽지 않지 않은 사건에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력을 투입하고 있는 이유에 의구심을 품는 견해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하는 것이라면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미인데 형사처벌이 쉽지 않은 사안을 굳이 파헤치려는 것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
일부이긴 하지만 검찰이 ‘만에 하나‘ 밖에 안되는 가능성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