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커지는 車부품업계 “내년은 더 암울”

2019-11-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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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올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이 2%대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업이익률 2%는 관련 산업 생태계 지속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평가받는다. 부품 산업 역사상, 영업이익률이 2% 아래로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완성차 생산량이 더욱 빠르게 줄어들며, 올해보다 더 큰 ‘성장 절벽’을 마주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영세 부품업체 중심의 ‘줄도산 시나리오’도 더 이상 가설이 아니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100개 부품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1.9%로 집계됐다. 2011년(상위 500개사 평균) 4.0%, 작년(상위 481개사 평균) 2.0%에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후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2분기 이후 영업이익률은 1분기보다도 더욱 악화된 걸로 알려졌다.

이에 올해만 1차 부품업체 중 최소 45곳 이상이 문을 닫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38곳 대비 더욱 늘어난 감소 폭이다. 여기에 2·3차 협력업체까지 더할 경우, 숫자는 더욱 급진적으로 늘어난다.

직접적인 원인은 ‘완성차 시장의 침체’다. 완성차 생산량 급감이 부품 공급 축소로 이어져 생존권을 위협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연간 차 생산량은 400만대를 밑돌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부진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인건비 상승은 또 다른 악재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이 맞물리며 부품업체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이는 고용 감축으로 직결됐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자동차 및 부품 제조업 근로자 수는 38만2300명으로, 전년 동기(39만1600명) 대비 2.4%(9400명) 줄었다.

내년도 전망은 더욱 밝지 못하다. 대다수 관계자는 “올해도 어려웠지만, 내년은 더 암울하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자금 유동성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을 뿐 아니라, 공급사의 단가 인하 압력은 갈수록 심해져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A협력사 관계자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났고, 사실상 내년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부품단가 인하와 임금 상승이 더해져 부담이 2중, 3중으로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B협력사 관계자도 “(내년에는) 규모가 작은 협력사를 중심으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며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부품개발에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 부품업 외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C협력사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자동차 부품 외 중대형 금형부품, 정밀제품용 부품 등에 대한 납품을 병행 중”며 “차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될 거란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3차 협력사 각각의 상황을 고려한 정부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차 협력사는 연구개발(R&D) 중심의 지원을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를 돕고, 2~3차 협력사는 긴급 자금을 수혈해 눈앞의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다수 영세 중소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효율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1~3차 협력사 별로 상황에 맞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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