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방어제도 토론회] "국내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 제한적…해외 자본 역차별 공격 무방비"

2019-11-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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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교수, "행동주의, 아시아지역 공격 급증…미·일 등 주요국과 동일한 법제 갖춰야"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데일리동방]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동일한 인수합병(M&A) 법제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기업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주주행동주의 활동 증가 등이 증가한 가운데 경영권 방어수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우수한 중소중견 기업도 경영권 불안 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성장은 어렵다. 단순 국내 기업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닌 해외 자본으로부터의 역차별 요인 방지 차원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데일리동방은 21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김종석의원실과 함께 ‘지배구조와 경영권방어제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준선 교수는 “현대 자본시장은 기관투자자 비중이 증대되고 있다”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아닌 대리인인 전문경영인과 또 다른 대리인인 기관투자자 간 알력 싸움이 진행중”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이 과정에서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는 주체를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투자 이익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최준선 교수는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에 대한 지배가 아닌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도모하기 위해 시장에 존재한다”며 “지배구조 개편 결정 이후 비로소 회사 주주가 되며 대주주 기업지배력이 약하면서도 수익력이 좋은 알짜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공격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는 무관심하고 번영과 직원들의 동반 성장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다”며 “기업의 이익이 발생해도 임금 인상은 도외시하며 해외업무위탁을 통해 해고를 늘리거나 임금 삭감을 가속화해 이익만 도모한다”고 질타했다.

국내 기업들은 주주행동주의 확대와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으로 고배당 요구 등에 직면하고 있다.

최준선 교수는 “해외 기관투자자는 협력기구의 스튜어드십을 강조하고 있다”며 “ESG평가에 기반한 주주행동주의도 활발해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스튜어드십코드와 ESG 기반 행동주의는 기관투자자들이 위탁자들에게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자신들의 이미지 상승을 노리는 일종의 유혹”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실제 활동 사례로는 ‘소버린 vs SK’, ‘칼아이칸 vs KT&G’, ‘엘리엇 vs 삼성물산 & 제일모직’ 등이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기업 간 경영권 싸움은 셀 수 없을 정도며 건수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는 2013년 상반기 275개에서 2018년 상반기 524개로 90%가량 급증했다. 공격 대상이 된 기업도 같은 기간 570개에서 805개로 41%가량 늘었다. 아시아지역으로만 좁혀보면 2013년 34개에서 2017년 78개 기업이 타깃이 됐다.

최준선 교수는 “주주행동주의 중 ‘늑대떼 행동주의(Wolf Pack Activism)'는 2015년에만 미국 상장사 중 343개를 공격했다”며 “행동주의 헤지펀드 간 합의된 행동은 하지 않지만 눈짓으로 주고 받으며 교감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각 적은 지분을 갖고 있다가 뭉쳐서 공격하기 때문에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 풀려 기업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포이즌필은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중 하나로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이 발생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최준선 교수는 “우리나라는 2016년 말부터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했으며 핵심은 ‘목적을 가진 대화’에 있다”며 “영국과 일본에서는 기업과 투자자가 서로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기업이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사모펀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이원화된 운용규제를 일원화했다. 경영참여형은 출자금 50% 이상 2년 내 주식투자,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 취득, 취득 주식 6개월 이상 보유 규제를 폐지토록 했다. 전문투자형은 보유주식 중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분의 무한대 취득은 물론 무한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대량보유 공시의무(5%룰)' 완화도 입법 예고된 상태다. 주요 내용으로는 회사나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위법행위 유지 청구권 등 상법상 보장된 권한을 행사하거나 보편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회사의 정관을 바꾸고자 하는 경우 회사의 배당 결정 관련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경우다. 이 역시 행동주의의 힘을 강하게 하는 요인이다.

최준선 교수는 “외국자본의 적대적 M&A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우선”이라며 “경영권 매수자와 방어자간 규제 수준 차이는 경영권 공정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격자와 방어자간 힘의 균형을 유지토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방어수단이 없는 현 제도에서 가능한 고비용저효율 자사주 취득은 자원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경영자를 위한 특혜가 아닌 ‘부적절한’ 경영권 공격으로부터 주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어수단에 대한 선택 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선직국들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서는 아직 효력이 없는 경영권 방어수단은 차등의결권주식(1주에 다수 의결권 부여),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이다.

최준선 교수는 “차등의결권주식제도는 우량 중소중견기업이 경영권에 대한 불안없이 자본시장에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유용한 제도적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며 “주요 주주행동주의는 (이 제도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만큼)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이즌필은 미국 기업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일본도 2005년도부터 도입 시행하고 있다”며 “주요국과 동일한 M&A법제를 갖춰야 한국 기업의 역차별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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