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엔 1조 달러…동남아, 간편결제 격전지될까

2019-1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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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업체 경쟁 치열…한국기업도 진출 활발


지금 동남아시아는 간편결제 시장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얼마든지 커질 수 있는 성장가능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이 아직 초기단계이고, 독보적 1등이 없는 만큼 전 세계 굴지 기업들이 속속 동남아로 향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5년 1500억 달러 수준이었던 동남아시아 간편결제 시장은 올해 6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1조 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모바일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역설적이게도 낙후된 금융 인프라의 영향이 컸다. 신용카드 결제망 구축이 더디게 진행된 탓에 카드 결제 방식을 건너뛰고 곧바로 바코드와 QR코드를 사용하는 모바일 기반 간편결제 방식이 확산됐다.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간편결제 정착을 가속화시켰다. 베트남의 경우, 은행 계좌 보유율이 30%에 그쳐 은행 비이용자를 타깃으로 전자지갑 서비스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 시장 전체로 보면 간편결제 사업체는 최소 15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ICT기업이나 전통 금융기관부터 그랩이나 고젝 같은 차량공유업체, 텔레콤, 항공사업자까지 시장 선점을 위해 다투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는 하지만 단연 압도적인 곳은 중국의 대형 ICT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다. 이들 회사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앞세워 동남아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그동안 중국에서 주로 결제됐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주로 찾는 유통 매장에서도 필수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중국에 여행이나 출장을 가는 외국인도 중국 현지에서 알리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돼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차량 공유업체로 잘 알려진 그랩도 '동남아 핀테크 공룡'으로 성장했다. 그랩페이를 이용하면 택시에서 내릴 때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는 것은 기본이고, 식당이나 가게에서도 QR코드를 찍어 간편하게 계산할 수 있다.

그랩은 현재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대부분의 동남아에서 결제가 가능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그랩페이로 충전한 돈을 환전수수료 없이 결제할 수 있다.

국내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일찌감치 전자지갑 활성화에 나선 KEB하나은행은 지난 4월 해외에서 하나머니로 결제할 수 있는 'GLN(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 서비스를 선보였다. GLN은 국경 제한 없이 모바일로 자유롭게 송금 및 결제가 가능한 해외결제 서비스 플랫폼이다.

대만과 태국 서비스를 오픈한 하나은행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GLN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디지털결제를 국내 카드사 최초로 도입한 BC카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대형은행과 손잡고 QR결제를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야후·라인이 지난 18일 '동맹'을 맺으면서 기존 업체들을 위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 당장 동남아 시장 진출에 전력을 쏟고 있는 기존 업체들의 아성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 카드 결제망이 잘 구축돼 있어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가 낮지만, 동남아시아는 디지털 결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내부적·외부적 요인이 많다"며 "특히 동남아 금융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아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타이베이 지우펀에 위치한 한 기념품 가게 입구에 알리페이, 위쳇페이, GLN 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는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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