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한남3구역 등 입지가 좋고 대단지일수록 대형 건설사들의 이런 고민은 더욱 크다.
하지만 대형사들은 브랜드가치나 시공능력, 평면설계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규제로 정비사업 설계 관련 시공사의 임의 변경도 자유롭지 못한 점도 차별화를 가로막는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은 설계 등 주택건설 핵심사항보다 커뮤니티 시설 등 부수적인 요소에서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11일 건설업계 종사자 박모씨는 "1군 건설사들이 내는 설계안, 입찰 제안서 등은 거의 비슷하다. 1군이 맞붙는 경우가 많은 한남, 반포 등지는 대부분 그럴 것"이라며 "지금은 거기에 플러스 알파, 커뮤니티 시설 싸움이다. 특정 요소를 발전시켜서 3.3㎡당 분양가를 얼마까지 높여주겠다는 식의 제안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많지 않은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건설 관련 먹거리가 풍부했던 과거에는 이처럼 1군 건설사끼리 맞붙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정비사업 관련 각종 규제가 쏟아지면서 주택 건설 관련 먹거리가 많이 줄었다"며 "예전에는 건설사들이 다른 건설사가 홍보한 곳은 안 들어가고 페어 플레이하려는 경향이 짙었는데 요샌 같이 밥숟가락 놓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엔 공동 사업 참여도 많이 했는데, 요샌 조합에서 공동 시공을 원치 않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나눠먹기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상황들로 맞붙게 된 건설사들이 조합의 마음을 사는 방안은 눈물겨울 만큼 디테일하다.
현재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이 3파전을 벌이고 있는 한남3구역 조합원 성모씨는 "건설사들이 특화설계, 대안설계를 제안해볼 수 있지만 서울시가 이 부분을 달가워하지 않아 사실상 차이를 보이기 힘든 실정"이라며 "중도금을 입주 때 낼 수 있게 한다든지, 이주비·잔금 대출을 받기 힘든 조합원에 대출해준다든지 등 현 정책 상황 속에서 불리한 조합원에 어필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남3구역 등 입지조건이 우수한 사업장은 '고급화' 전략도 먹히는 방법이다. 성씨는 "기타 옵션도 보다 고급으로 갈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단지에 '프라이드'를 심어주는 게 주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남3구역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3개 건설사는 모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에 알파를 더해 '고급 위 고급'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더 로얄', GS건설은 '한남 자이 더 헤리티지', 대림산업은 '아크로 한남 카운티'라는 단지명을 정했다.
섬세하게 펼쳐지는 경쟁 속에서 때로는 불법적인 요소가 감지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한국감정원 등은 지난 4일부터 이 같은 불법 요소를 솎아내기 위해 특별 점검에 돌입하기도 했다. 무려 3곳의 1군 건설사가 달려든 한남3구역은 합동 점검단이 가장 눈여겨보는 정비사업장 가운데 하나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입찰 제안서는 아예 받지 않겠다는 정비사업장도 나타났다. 은평구 갈현1구역 조합은 최근 현대건설의 시공사 선정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재입찰 공고를 냈다. 오는 13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내년 1월 9일까지 입찰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갈현1구역 조합원 김모씨는 "현대건설에서 제출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할지 말지는 오는 12일 결정된다"며 "이전 가처분도 기각돼서 이번에도 기각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본다. 현재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