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력업체가 아닌, 스스로 경영하는 중소기업은 수출과 내수 등 모든 분야에서 정부가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2017년 4월 10일. 당시 유력 대선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강연을 듣기 위해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중소기업계 대표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사실상 ‘중소기업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핵심은 중소기업 컨트롤타워 중소벤처기업부의 신설이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더 이상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출범 초기부터 이를 두고 정부 정책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보다 ‘너무 빠르다’를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 기조는 이해하겠는데, 중소기업계의 여건을 반영한 세심한 시기 조율, 맞춤·단계별 설계가 안 됐다는 얘기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국내 경기는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대외 여건도 불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시점이다. 거역하기 힘든 대내외 상황을 정부 정책으로 완충해야 하는데, 중소기업계에 필요한 정책은 거꾸로 흘렀고, 시행 시기는 더 옥죄어 왔다. ‘반기업이라 잘라 말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친기업은 아닌 게 걱정’이라는 얘기가 현실이 돼 중소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언젠간 필요했던 정책이지만 (정책 도입이)너무 빨랐고, 국내외 여건상 시기도 맞지 않았으며, 시행을 너무 서둘렀다”고 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지금껏 펼쳐온 경제정책 방향을 완전히 전환하는 ‘반환점’을 바라는 게 아니다. 남은 2년 반 동안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게 시기를 조율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길 바랄 뿐이다. 이것이 중소기업에 버팀목이 되고, 어려움을 방관하지 않는 정부의 모습이다.